
한화 이글스의 우승을 위해 시즌 도중 팀을 옮겼다. 그러나 우승의 문턱에서 아쉽게 고개를 떨궜다. 시즌 종료 후엔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하나 둘 유니폼을 벗고 있는 상황에선 손아섭(37)은 현역 연장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FA로 시장에 나온 건 21명. 이 중 14명의 행선지가 결정됐고 황재균(38)은 은퇴를 선언했다.
손아섭은 강민호(40), 투수 김상수(37), 장성우(35) 등과 함께 아직 계약을 마치지 못한 선수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하나 같이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아섭의 상황은 좋지 않다. 200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손아섭은 19시즌 동안 2169경기에 나서 통산 타율 0.319 2618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42를 기록한 타자다. 역대 타율 5위이자 현역 가운데서는 박건우(NC·0.324)에 이어 2위, 현역 좌타자 중엔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다.
2017시즌을 마치고 4년 98억원에 롯데에 잔류했고 2021시즌을 마친 뒤엔 NC로 이적하며 4년 64억원에 사인했다.
4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은 손아섭은 지난 7월 31일 한화로 트레이드 됐다. 한화는 경험이 풍부한 손아섭이 필요했고 손아섭도 커리어 최초로 우승의 적기를 맞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NC에서 타율 0.300을 기록하던 손아섭은 한화로 팀을 옮긴 뒤 0.265로 부침을 겪었다. 올 시즌 성적은 111경기 타율 0.288 1홈런 50타점 39득점, 출루율 0.352, 장타율 0.371, OPS 0.723.
한국시리즈에선 타율 0.333(21타수 7안타)로 제 몫을 했으나 스토브리그에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3번째 FA로 시장에 나온 손아섭은 C등급이다. 타 팀에서 손아섭을 영입할 경우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를 지불하면 된다. 연봉 5억원을 받았던 손아섭이기에 7억 5000만원의 보상금만 있으면 그를 데려갈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다소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프로야구 분위기가 베테랑을 신규 영입하기보다는 각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최형우(42·삼성)와 김현수(37·KT)는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타 구단으로 이적했다. 이들과 손아섭은 다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손아섭은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스타일이지만 현재로선 다른 모든 면에서 활용도가 제한된다. 두 자릿수 도루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 수비도 빼어난 수준은 아니다. 2020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리지 못했을 만큼 장타력도 아쉬운 상황이다.
한화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타선 강화를 위해 강백호를 4년 100억원에 영입했고 외국인 타자는 2024년에 뛰었던 요나단 페라자를 다시 데려왔다. 강백호는 포수 변신까지 시도해봤지만 확실한 수비 고민을 털어내지 못했고 페라자도 수비가 뛰어난 타자는 아니다. 지명타자 자리의 여유도 더 사라졌다. 한화가 손아섭 잔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앞서 은퇴를 선언한 황재균, 박병호와 달리 손아섭은 아직 현역으로서 해내고 싶은 분명한 목표가 남아 있다. KBO 최다 안타의 주인공인 손아섭은 3000안타를 바라본다. 현재 382개를 남겨두고 있는데 3시즌은 더 뛰어야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다.
더불어 최형우가 삼성과 2년 계약을 맺었는데 2586안타로 손아섭을 32개 차로 바짝 쫓고 있고 3위 김현수(2532안타)도 KT와 3년 계약을 맺어 1위를 지키기 위해선 이들과 비슷한 기간을 더 뛰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3번째 FA지만 손아섭에겐 어느 때보다 더 간절하고 추운 겨울이 되고 있다. 손아섭은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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