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2년간 K리그 무대를 누빈 제시 린가드(33)가 FC서울을 떠난 뒤 한국에서의 시간을 돌아봤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1일(한국시간) 린가드와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린가드는 "서울에서 보낸 시간 동안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며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를 익혔고, 외식 자리에서도 큰 불편 없이 생활했다. 음식과 문화 역시 인상 깊었던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린가드는 한국에 처음 와 산낙지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놀랐지만 결국 잘 먹었다"고 웃어 보였다.
서울 거리에서 팬들과 마주했던 순간도 자주 언급했다. 린가드는 "길에서 사람들이 놀라며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요청하는 장면이 많았다"며 한국 팬들의 열정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다만 성적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는 린가드도 심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K리그의 이른바 버스 막기 문화도 언급했다. 그는 "홈에서 연패가 이어졌을 때 팬들이 버스를 막고 감독이 직접 나와 설명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정말 미친 순간이었다"며 "서울은 한국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라 항상 승리가 요구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슷한 압박감이었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현재 고향인 워링턴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다음 도전을 준비 중이다. 향후 행선지에 대해서는 "열려 있다"며 "유럽,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라고 언급했다.
컨디션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서울에서 치른 마지막 시즌 막판 경기들에서 매 경기 11km 이상을 뛰었고, 높은 강도의 활동 비율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의 경험은 린가드에게 적지 않은 변화를 안겼다. 두 번째 시즌에는 서울 주장 완장을 찼던 린가드는 "더 성숙해졌고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K리그에 오기 전 린가드는 노팅엄 포레스트를 떠난 뒤 한동안 팀을 찾지 못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3년 말에는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하며 기다리라는 신의 뜻처럼 느꼈다"며 "그 시점에 서울의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2월 서울과 2년 계약을 맺은 그는 K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초반은 쉽지 않았다. 시즌 초반 교체 출전이 이어졌고, 무릎 반월상연골 수술로 두 달가량 결장했다. 그럼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데뷔전에는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 린가드는 2024시즌 리그 26경기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위와 아시아 무대 진출에 기여했고 2025시즌에는 리그 10골 4도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도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생활 환경에 대한 적응도 필요했다. 훈련장 시설이나 겨울 훈련 여건은 쉽지 않았지만, 린가드는 불만을 드러내기보다는 받아들이려 했다. 그는 "추운 날씨에는 실외 훈련이 어려웠고, 인조잔디에서 대체 훈련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린가드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이웃으로 지낸 일화도 전했다. 그는 "손흥민은 당시 토트넘 홋스퍼와 LAFC에서 뛰어 자주 볼 수는 없었다. 트레이닝장에 몇 번 들르곤 해서 마주쳤다. 특히 첫해에는 거의 매일 같이 훈련장을 왔다 갔다 했다"고 회상했다.
린가드는 한국에서의 식사 문화도 인상 깊은 기억으로 떠올렸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어린 선수 몇 명과 함께 식사한 적이 있다"며 "한국 문화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먼저 먹어야 해서, 내 음식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손도 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먼저 먹으라'고 했지만 끝까지 못 먹겠다고 하더라. 내가 음식을 그대로 두고 있어도 아무도 젓가락을 들지 않는 모습이 꽤 충격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별의 순간은 결국 감정적으로 흘렀다. 린가드는 계약에 1년 연장 옵션이 있었지만 이를 행사하지 않았고, 멜버른과 경기 직전 서울이 공식적으로 그의 마지막 경기임을 알렸다. 그는 1-1로 비긴 그 경기에서 득점한 뒤 문워크 세리머니를 펼쳤고, 경기 후 전광판에 상영된 헌정 영상을 보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영상에는 '사랑하는 주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서울은 언제나 그의 집이며, 그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린가드는 "맨유를 떠날 때도 울었다"며 "서울에서도 지난 2년 동안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 깊은 유대가 생겼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감정이 북받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생활을 마무리한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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