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최악의 경기력에 그치면서 이민성(53) 감독의 거취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민성 감독은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지휘 의지를 드러냈지만, 앞서 U-23 아시안컵 부진에 따른 경질 사례가 있었던 만큼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앞서 이민성 감독이 이끈 한국은 지난 2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위 결정전에서 베트남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져 4위에 머물렀다. 최근 두 대회 연속 8강 조기 탈락보다는 그나마 나은 성적을 거뒀으나 승부차기 패배를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패배(3패)를 당한 데다, 대회 내내 경기력에 대한 질타가 이어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승부차기 패배의 경우 공식 기록은 무승부지만 U-23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베트남에 사상 처음으로 무릎을 꿇은 불명예 기록까지 남겼다.
문제는 단순히 베트남전 패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민성호는 조별리그에서 '조 최하위' 이란과 0-0으로 비긴 뒤 레바논과는 난타전 끝에 4-2 진땀승을 거뒀다. 두 살 어린 21세 이하(U-21) 대표팀으로 나선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는 0-2 완패를 당했다. 자력으로 8강 진출을 확정하지 못한 한국은 이란의 레바논전 패배 소식 덕분에 어부지리로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그나마 난적 호주를 8강에서 꺾고 한숨을 돌렸으나 4강에서 또 한 번 '두 살 어린' 일본 U-21 대표팀을 상대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나아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던 베트남을 상대로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심지어 상대 퇴장으로 수적 우위 속에 연장전을 치르고도 자존심을 구겼다. 베트남에 져 4위에 머물렀을 뿐만 아니라 대회 내내 부진한 경기력이 반복된 결과였다.
단순히 이번 대회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이민성호는 지난해 사우디 전지훈련 당시 사우디와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각각 0-4, 0-2로 완패했다. 이후 중국에서 열린 판다컵에서는 0-2로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그나마 당시엔 U-23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애써 해석됐다면, 결과적으로는 이번 U-23 아시안컵 부진의 전조들이었다.
이민성 감독은 "좋지 않은 모습과 결과를 보여드린 것에 대해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앞으로 아시안게임을 향해 새로운 모습을 보일 거고, 더 나은 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시안컵 부진을 인정하면서도 오는 9월에 있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지휘 의지는 확고하게 드러낸 셈이다. 이민성 감독의 계약 기간은 아시안게임을 넘어 2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다.
이민성 감독은 "아시안게임 체제로 돌입하면 모든 선수를 쓸 수 있기에 더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제한적이었던 선수 구성을 꼽았다. 이번 대회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차출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병역 특례가 걸린 아시안게임은 유럽파 차출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데다 24세 이상 와일드카드 선발 등을 더해 전력이 더 강해질 거란 의미다.
다만 해외파가 단 한 명인 데다 U-21 대표팀으로 나선 일본이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베트남마저 이기지 못했다는 점 등을 돌아보면 과연 선수 구성이 문제였는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대회 내내 이민성 감독의 전술적인 특색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과 맞물려, '과감한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센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시안게임까지 불과 7~8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남은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감독 체제로 새 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대한축구협회는 U-23 아시안컵 부진을 이유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감독을 경질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8년 2월 U-23 아시안컵(당시 챔피언십) 4위 직후 계약을 해지했던 김봉길 감독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대회를 마친 뒤 대표팀 경기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해 8~9월 예정됐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김 감독과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이후 김학범 감독이 새로 부임한 U-23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고, 나아가 2020 AFC U-23 아시안컵 우승으로 도쿄 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내 8강에 오른 바 있다.
반대로 지난 2022년 대회 땐 황선홍 감독이 이끈 한국이 대회 8강에서 일본에 0-3으로 충격패를 당하고도 대한축구협회는 유임 결정을 내렸다. 황선홍호는 그해 와일드카드까지 포함한 전력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으나, 2024년 U-23 아시안컵 때 8강에서 또 탈락해 무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U-23 아시안컵 부진 직후 엇갈렸던 두 선택이 2년 뒤 올림픽 본선 진출 성공과 실패의 결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더구나 2028 LA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팀 수는 개최국 포함 12개 팀으로 종전보다 4개 팀 줄어든다.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행 티켓 수도 단 2장뿐이다. 한국이 3개 대회 연속 오르지 못한 결승 진출팀만 LA 올림픽 본선으로 향하는데, 이민성호의 이번 U-23 아시안컵 경기력을 돌아보면 2년 뒤 대회 결승 진출 가능성은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2월 중 이민성호의 U-23 아시안컵을 리뷰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이민성 감독의 거취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설득력 있는 이유 없이 이민성 감독의 유임이 결정된다면, 대한축구협회와 이민성호를 둘러싼 거센 비판 여론과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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