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키 여제의 위대했던 마지막 도전이 결국 최악의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린지 본(42·미국)은 전방십자인대 완파라는 치명적인 부상을 안고 라스트 댄스를 감행했지만, 경기 시작 불과 13.4초 만에 헬기에 실려 이송되며 올림픽 커리어를 마감하게 됐다.
영국 매체 'BBC'와 미국 'NBC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의 토파네 알파인 스키 센터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서 13번째로 나섰다.
평소 루틴과 같이 폴을 세 번 두드리며 전의를 다진 본은 첫 번째 기문을 통과하던 중 기문에 걸리며 중심을 잃고 처참하게 설원 위로 고꾸라졌다.
사고 직후 본은 눈 위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BBC' 등에 따르면 관중들은 충격에 빠져 침묵했다. 중계팀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지켜보기 매우 고통스러운 장면이다. 경기장에는 망연자실한 침묵만이 흐르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중계 마이크를 통해 본의 고통스러운 흐느낌이 전달될 정도로 현장 상황은 심각했다. 본은 슬로프 위에서 약 15분간 응급 처치를 받은 뒤 결국 헬기에 실려 코스를 떠났다. 헬기가 이륙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본의 쾌유를 빌며 박수를 보냈고, 절친한 동료 브리지 존슨(미국)은 머리를 감싸 쥐며 오열했다.
본의 이번 올림픽 출전은 그 자체로 도박에 가까웠다. 이미 오른쪽 무릎에 티타늄 인공 관절을 삽입했던 본은 대회 직전 스위스 크랑몽타나 월드컵에서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파열과 반월판 손상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본은 경기 전 "내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복귀가 될 것"이라며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후회하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투혼을 불태웠다.
하지만 노장에게 전방십자인대 없이 시속 130km를 넘나드는 올림픽의 가파른 설벽을 버텨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BBC' 해설위원이자 전설적인 스키 선수인 그레이엄 벨은 "최악의 방식으로 본의 올림픽 복귀전이 끝났다"며 "그는 출발선에 서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했지만 활강의 꿈은 여기서 멈췄다"고 안타까워했다.
4차례 올림픽에 출전했던 체미 알콧 또한 "부상 없는 선수에게도 가혹하고 잔인한 코스다. 본의 몸은 이번 충격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며 비통해했다.
본의 비극적인 사고로 경기가 중단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존슨은 1분 36초 1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존슨의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이번 대회 미국 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기록했다. 엠마 아이허(독일)가 존슨에 단 0.04초 뒤진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고 소피아 고지아(이탈리아)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재키 와일스(미국)는 고지아에 0.2초 차 뒤진 4위에 머물며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본의 부상에 미국 스키 스노보드 협회는 "본은 활강 경기 중 넘어졌다. 의료진의 정밀 진단을 받을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본은 경기에 앞서 "출발선에 서서 내가 강하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를 믿는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승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3.4초 만에 끝난 그의 마지막 올림픽은 안타까운 비극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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