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를 위한 행동에 명문팀 구단주가 고액의 포상금을 쾌척했다.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의 회장 리나트 아흐메토프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추모 헬멧을 쓰다가 실격된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에게 20만 달러(약 3억 원)가 넘는 거액을 기부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8일(한국시간) "아흐메토프 회장이 헤라스케비치에게 우크라이나 정부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지급하는 포상금과 똑같은 2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헤라스케비치가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 운동선수 24명의 얼굴을 새겨 넣은 이른바 추모 헬멧을 착용하면서 시작됐다. 헬멧에는 14세의 역도 유망주 알리나 페레후도바를 비롯해 복서 파블로 이슈첸코, 아이스하키 선수 올렉시 로히노프 등 전장의 포화 속에 사라진 젊은 선수들의 모습이 담겼다.
경기 시작 하루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헤라스케비치에게 해당 헬멧이 정치적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커스티 코번트리 IOC 선수위원장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헬멧을 벗고 검은 완장을 차는 등의 절충안을 제안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헤라스케비치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은 헤라스케비치가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자격 박탈 및 실격 처리를 결정했다.
메달권 진입이 유력했던 헤라스케비치는 곧장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긴급 항소를 제기했지만, 경기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최종 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헤라스케비치는 올림픽 무대에서 단 한 번의 공식 레이스도 치르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고국 우크라이나에서의 대우는 금메달리스트 그 이상이었다. 리나트 아흐메토프 샤흐타르 회장은 구단 성명을 통해 "헤라스케비치는 비록 경기 출전 기회는 박탈당했지만, 진정한 승리자다"라며 "그가 보여준 행동으로 얻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존경과 자부심은 그 어떤 보상보다 높은 최고의 보상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그가 선수 생활을 지속하고 우크라이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며 진실과 자유를 위해 싸울 충분한 힘을 갖길 바란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추모 헬멧에 대해 헤라스케비치는 "이 헬멧은 내 친구들과 동료들을 기억하기 위한 순수한 추모의 의미"라며 "그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는데, 그들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헤라스케비치는 CAS 판결 직후 "진실이 승리하길 바랐다"며 "하지만 내 행동에 후회는 없다. 이번 결정은 오히려 러시아의 선전에 이용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추모는 규칙 위반이 아니다"라며 헤라스케비치를 공개 지지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헤라스케비치에게 자유 수호 훈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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