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여자 계주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따낸 심석희(서울시청). 오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순간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최민정, 김길리(이상 성남시청), 노도희(화성시청), 심석희(서울시청)로 꾸려진 한국 대표팀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4초014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개최국 이탈리아가 4분04초107로 은메달, 캐나다가 4분04초314로 동메달이다.
경기가 끝나는 동시에 심석희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어 눈물을 쏟아냈다. 기쁨의 눈물이자, 지난 시간 모진 풍파를 이겨낸 '치유의 눈물'이었다.
심석희에게 이번 밀라노 올림픽은 남다른 의미였다. 2014 소치, 2018 평창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으로 활약했지만, 이후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평창 대회 당시 불거진 최민정을 향한 비하 논란과 고의 충돌 의혹은 그를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그 여파로 2022 베이징 올림픽에는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원팀'이 아니었다는 따가운 시선, 무너진 명예, 불확실한 미래. 하지만 심석희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스케이트 끈을 다시 동여맸다. 그리고 8년 만에 다시 선 올림픽 무대에서 그는 행동과 실력으로 모든 걸 증명했다.
이날 결승전의 하이라이트는 김길리의 막판 대역전극 말고도 또 있었다. 5바퀴를 남긴 승부처에서 심석희가 앞서가는 주자 최민정의 엉덩이를 힘껏 밀어주는 장면이다.
한때 '고의 충돌' 논란에 섰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날 심석희의 손에서 밀어준 힘은 최민정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 힘을 받은 최민정은 캐나다를 제치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고 완벽한 하나가 될 걸 보여준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다.
경기 후 김길리(성남시청)가 결승선을 통과하자 심석희는 그제야 참았던 감정을 터뜨렸다. 태극기를 들고 도는 내내 그의 눈가는 젖어 있었다. 이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심석희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심석희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인터뷰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 준비 과정도, 오늘 경기에서 정말 힘든 과정들이 많았는데 우리 선수 모두 다 같이 잘 버티고 이겨낸 것 같아 너무 벅찼다"고 전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심석희, 이제는 미안함도 부담감도 내려놓고 마음껏 웃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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