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날 일이 없을 것 같던 베테랑들이 불혹이 넘어 만나자 에피소드도 끊임이 없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오해에서 비롯된 조식 강요(?) 논란에 최형우(43)가 사실을 정정했다.
박진만 감독은 22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의 아카마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삼성 스프링캠프에서 최형우가 이적해 무척 밝아진 베테랑 강민호(41)와 구자욱(33)의 캠프 일상을 풀어놓았다.
최형우는 지난해 12월 3일 삼성과 2년 최대 26억 원 FA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에서 데뷔해 2016시즌 종료 후 4년 총액 100억 원의 조건으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지 9년 만이다.
그의 이적에 삼성에서 누구보다 기뻐한 것이 강민호와 구자욱이었다. 강민호와 구자욱은 각각 주전 포수와 캡틴으로서 투수조와 야수조의 리더 역할을 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린 후배들과 잘 어울리는 베테랑으로 신망이 높다. 다만 쉽게 타오르는 만큼이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식는 것이 젊은 선수들. 그럴 때면 강민호와 구자욱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는 것이 최형우다. 박진만 감독은 "최형우의 적응력은 뭐 말할 것도 없다. 후배들을 잘 데리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한다. 원래는 강민호가 최고참이었는데 지금은 (강)민호가 최형우 밑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온 것이 스프링캠프 숙소 조식 이야기였다. 박진만 감독은 "아침에 (최)형우가 (강)민호를 자꾸 힘들게 한다더라. 나이 들어 잠이 없어져서 그런지 맨날 새벽부터 깨워서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괌에서부터 힘들다고 한다"고 웃었다.
진실이 궁금했다. 얼마 뒤 라이브 배팅 후 취재진과 만난 최형우는 이 에피소드에 금시초문의 반응을 보이며 "(강)민호도 아침 좋아한다. 그래서 같이 먹는 거지, 나는 싫은데 강요 안 한다"라고 지레 손사래부터 쳤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최형우의 침실이 엘리베이터 근처에 있었고, 매번 강민호가 내려가는 김에 최형우에게 들러 깨운 것. 이에 최형우는 "(강)민호나 나나 둘 다 늙어서 잠이 별로 없다. 괌 캠프부터 바로 옆 방에서 계속 나갈 때마다 두드렸다. 밥 먹을 때만 두드린 게 아니다"고 되려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민호가 그러는 게 괴롭진 않다. 내가 하기 싫은데 자꾸 오면 괴롭지만, 나도 어차피 밥은 먹어야 한다"고 불혹의 동생을 편들었다.
캡틴 구자욱도 10살 많은 형 앞에서는 까불거리는 후배일 뿐이다. 최형우 합류 후 삼성 구단 유튜브에는 부쩍 장난기 넘치는 구자욱의 모습이 늘었다. 이에 최형우는 "나는 그게 그냥 (구)자욱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기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주장으로서) 무게를 잡는 것도 필요했을 것이다"라고 이해하면서 "하지만 내겐 자욱이가 지금처럼 이렇게 장난치고 까불거리는 선수였다. 자욱이는 변한 것이 없다"라고 미소 지었다.
오히려 들려오는 강민호, 구자욱의 에피소드에 마음 한쪽이 짠해진 맏형이다. 박진만 감독도 "두 사람이 최형우의 합류로 부담을 내려놓은 모습이 보기 좋다"고 했다.
최형우는 "(강)민호와 (구)자욱이가 편해진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래 최고참이라는 것이 쉬운 것도 있지만, 어려운 것도 많다. 우리도 후배들 눈치를 본다"고 고참의 고충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민호가 그랬던 것 같은데 내가 와서 편해진 게 보인다. 이젠 뭘 하든 내가 책임지는 거니까 민호가 편해진 게 오히려 좋다. 나는 이런 걸(최고참인 상황) 오래 겪어봐서 별로 부담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민호, 구자욱이 있어 든든한 건 최형우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했지만, 과거 그가 있던 시절과 지금은 구성원이 많이 달라졌다. 최형우는 "내가 지금 어린 선수랑 거의 20년 차이가 난다. 20년이면 쉽게 말해 아빠뻘인데, 내가 아무리 편하게 해줘도 쉽지 않다. 나도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보니 처음엔 애매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 아이들도 완전히 적응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래서 (강)민호와 (구)자욱이가 도움 된다. 두 사람 다 나이는 있지만, 그런 선수들이 있으면 나도 엄청 편하다. 민호와 자욱이가 야구도 잘하다 보니 나도 의지하고, 두 사람도 나를 의지하면서 팀을 잘 꾸려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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