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 농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니콜라이스 마줄스(라트비아) 감독이 굴욕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농구 강호 중국을 연달아 격파하며 기세를 올렸던 한국 농구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대만에 기록적인 패배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한국은 26일 대만 신좡 체육관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2차 예선 개막전에서 대만에 65-77로 완패했다. 마줄스 감독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치른 첫 공식 경기에서 12점 차 패배라는 굴욕을 당했다.
아무리 감독 부임 후 첫 경기라지만 이번 데뷔전은 참사에 가깝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전희철 임시 감독 체제에서 아시아 거함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저력을 뽐냈다. 특히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90-76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줄스 감독의 데뷔전 상대였던 대만은 이번 예선 기간 전까지 월드컵 예선 14경기 중 13패를 기록하고 최근 11경기에서 전패를 당하던 최약체였다.
최근 6경기 연속 80점 이상을 실점할 정도로 수비가 무너진 상태였지만, 한국을 상대로는 여유로운 수비와 공격으로 경기를 손쉽게 풀었다. 한국이 FIBA 대회에서 대만에 패한 것은 2009년 FIBA 아시아컵 이후 약 17년 만이며 역대 통산 세 번째 패배다.
경기 흐름도 처참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직후 7-0 런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1쿼터 중반 이현중의 레이업으로 13-12 리드를 잡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한국은 이후 대만의 벤슨 린에게 3점 슛을 허용하며 역전당한 뒤, 경기 종료까지 약 34분 동안 단 한 번도 주도권을 되찾지 못했다. 특히 2쿼터 후반부터 3쿼터 초반까지 대만에 0-12 런을 허용하며 33-40이었던 점수 차가 33-52까지 벌어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선수 기용도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윤기와 이원석 등 주축 빅맨들의 부상으로 신인 강지훈이 데뷔전을 치르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하나, 컨디션이 좋았던 유기상을 전반전 내내 벤치에 두다 단 1분 남짓 출전시킨 점은 의문으로 남았다. 후반에 투입된 유기상은 14분 25초 동안 13점을 몰아치며 팀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격을 선보여 마줄스 감독의 선수 기용에 아쉬움을 더했다.
특히 중국과 1차전에서 13득점 7어시스트, 2차전에서 3점 슛 6(6/7)개를 몰아쳤던 이정현은 이번 대만전에서 3점 슛 4개를 시도해 단 1개만 성공할 정도로 위력이 떨어졌다.
경기 내용에서도 한국은 대만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야투 성공률은 31.5%라는 처참한 수준이었고 턴오버는 대만(13개)보다 많은 18개를 범하며 자멸했다. 대만의 귀화 선수 브랜든 길베크는 18득점 1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한국의 골밑을 초토화했다.
공격 부담이 홀로 쏠린 이현중이 터프샷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18득점 8리바운드로 고군분투했지만 4쿼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퇴장당하며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이날 패배에도 한국은 2승 1패로 B조 2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1위 일본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대만전 참사를 뒤로하고 마줄스호는 이제 오키나와로 이동해 오는 3월 1일 일본과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한일전서 명예회복이 절실한 마줄스 감독은 대한민국농구협회를 통해 "보완하고 변화를 주겠다. 대만전은 약속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며 "다음 경기(일본전)에서는 팀이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 정확하고 책임감 갖는 플레이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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