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주전 7명이 빠졌는데 아직 기대할 구석이 남아 있다. KBO 리그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 이야기다.
LG는 13일 경남 창원시 양덕동에 위치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시범경기에서 NC 다이노스와 5-5 무승부를 거뒀다.
가용할 수 있는 베스트 라인업이 다 나왔다. 특히 올 시즌 염경엽(58) LG 감독이 콕 집어 기회를 주겠다고 천명한 이재원(27), 천성호(29)가 이틀 연속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전날 나란히 홈런포를 터트렸던 이재원과 천성호는 이날도 각각 3볼넷과 2안타 2타점으로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LG가 숨겨놓은 비밀병기가 하나 더 있었다. 8번 타자 및 2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영빈(24)이다. 이영빈은 대전동산초(대전중구리틀)-충남중-세광고 졸업 후 2021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7순위로 LG에 입단한 내야수다. 강한 어깨와 운동능력으로 거포 유격수가 될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으나, 아직은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스타트가 나쁘지 않다. 이영빈은 전날 4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 활약에 이어 이날도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멀티히트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전에 볼 수 없던 타석에서의 집요함이 인상적이었다. 이영빈은 3회 첫 타석 선두타자로 나와 0B2S로 볼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도 신민혁의 공을 집요하게 걷어냈다. 8구 끝에 2루 땅볼로 아웃되긴 했으나, 예열된 방망이가 그 뒤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5회초 2사에 다시 들어선 이영빈은 풀카운트 싸움을 하더니 전사민의 몸쪽 투심 패스트볼을 통타해 우익선상 2루타로 연결했다. 7회에는 흔들리는 김진호의 꿈쩍하지 않고 볼넷으로 출루했고, 9회에는 또 한 번 0B2S 불리한 상황에서 실투를 놓치지 않고 안타를 만들었다.
스프링캠프 전 모창민(41) LG 1군 타격코치의 기대대로다.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모창민 코치는 "지난해 우리 팀이 휴식기 이후 타격감이 좋았던 건 체력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전 선수들이 경기를 많이 나가는 팀이다 보니 이동이 많아지고 체력이 떨어지면 슬럼프가 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우리 팀 우승에서 구본혁의 존재가 컸다고 본다. 특정 선수를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구본혁이 있어 주전 선수들이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올해 감독님과 우리들의 목표도 그런 선수들을 또 발굴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급된 것이 천성호, 이영빈이었다. 당초 타격에 재능이 있는 천성호는 내야와 외야를 오고 가는 제2의 신민재 같은 선수로 커 주길 바란다. 유격수가 가능한 이영빈은 제2의 구본혁을 넘어 오지환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모창민 코치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천성호, 이영빈, 문정빈이 타격적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봤다. 타격 루틴이라든지 메커니즘 쪽으로 정립을 하고 왔다"고 칭찬했다.
특히 이영빈의 성장을 눈여겨봤다. 이영빈은 1군 통산 207경기 타율 0.220(359타수 79안타) 8홈런, 27볼넷 131삼진, 출루율 0.277로 선구안에서 큰 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부분을 신경 쓴 모창민 코치는 방향을 조금 바꿨다.
모창민 코치는 "이영빈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좋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백업 선수임에도 삼진이 너무 많았다. 경기에 많이 못 나가더라도 상대와 싸울 수 있는 콘택트 능력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부족했다"고 짚었다. 이어 "올해는 타구 각도를 20도에서 25도 사이로 조정해 정확도를 높이려 했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많이 치자고 했는데 현재까진 정확성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조금씩 개선하고 성장하는 유망주를 염경엽 감독도 놓치지 않았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염경엽 감독은 "올해 가장 중요한 선수가 이재원과 천성호다. 이영빈은 구본혁이 성장했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있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영빈도 이제 (1군에서) 어느 정도 싸울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함께 준비한 2년이란 시간이 있었고 올해는 풀타임 기회를 주려고 한다. 내가 그동안 이영빈에게는 기회를 준 적이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만년 유망주와 대기만성 유망주의 갈림길에 첫발을 뗀 이영빈이다. 사령탑도 그 뜻을 분명히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기회를 줄 때 못 잡으면 다시 경쟁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 안 되는데 기회를 계속 주면 형평성이 떨어진다. 지금 우리 팀에도 그런 케이스가 몇몇 있다. 내가 풀로 밀어주는 1~2년 안에 그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 나도 언제까지 기회를 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