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의 시대'가 유쾌한 일곱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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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밴드의 시대' 호스트 YB. /사진=CJ E&M
'밴드의 시대' 호스트 YB. /사진=CJ E&M

기타 부수기, 드럼 점핑, 상반신 노출..클럽이나 콘서트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이 귀하디 귀한 장면들이 TV에 다 나왔다. 뿐만 아니다. 진골 록밴드가 걸그룹 댄스곡을 부르고, 재야의 고수 밴드가 TV라는 무림에 처음 얼굴을 들이민다. 전설의 인디밴드 1세대들을 보는 것만 해도 황홀한데 데뷔 1,2년차 신인들까지 나오니 이런 성찬이 세상에 없다. 매주 화요일 밤11시 방송되는 엠넷 'MUST 밴드의 시대'. 지난 18일까지 '5회'가 방송된 이 프로그램이 유쾌하고 기대되는 이유 일곱가지를 추려봤다.


1. 인디밴드 1세대..역시=서태지와 아이들이 주름잡던 1990년대 중반, 가요신 한 켠에서는 인디밴드들이 서서히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델리 스파이스, 크라잉 넛, 그리고 노브레인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대한민국 인디밴드 1세대의 탄생. 이들을 '밴드의 시대'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영광이다. 김민규 윤준호의 델리 스파이스가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를 부르고, 이성우가 이끄는 '펑크록 끝판왕' 노브레인이 듀스의 '여름안에서'를 부르는 이 기막힌 무대. 1.5세대라 할 3호선 버터플라이의 신들린 보컬 남상아가 산울림의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거야'를 부를 때, 온몸에 소름 돋은 이는 비단 현장 관객만이 아니었을 게다.


2. 주류가 아니어도 괜찮아=김반장이 이끄는 윈디시티와 조웅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육중완 강준우의 장미여관은 인디밴드 중에서도 장르와 행태로 따지면 비주류 중의 비주류다. 그만큼 이들은 희소성 100%의 밴드라는 얘기. 이들을 공연장이 아닌 TV에서, 그것도 자신들의 노래가 아닌 커버곡을 감상할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김치 소울 레게밴드' 윈디시티가 김완선의 '오늘밤'을, '코리안 그루브'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미쓰에이의 '배드 걸 굿 걸'을 무대에서 선보일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장미여관이 한복남의 '빈대떡 신사'를 부른 날,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킨 팬들 진짜 많았다.


3. 밴드라고 다 록과 메탈만 하진 않는다고!=밴드라고 지글지글 기타소리에 헤드뱅잉만을 떠올린 당신, 틀렸다. 그런 당신을 위해 '밴드의 시대'가 준비한 무대가 바로 '감성듀오'라 할 제이레빗(정혜선 정다운)과 옥상달빛(김윤주 박세진). 두 팀 모두 기타가 없다. 제이레빗은 이승환의 '세가지 소원'을 찬찬히 불러 윈디시티의 시끌벅적한 '오늘 밤'을 이겼고, 루시드폴의 '걸어가자'를 몽롱하게 소화한 옥상달빛은 '홍대의 미친 성대' 김신의가 버틴 몽니의 '이 밤을 다시 한번'을 제쳤다. MC를 맡은 YB의 윤도현이 이들을 향해 붙인 수식어 '힐링', 제대로 맞았다.


4. 순도 100%의 젊은피들=인디음악 좀 좋아한다는 팬들한테도 쏜애플과 솔루션스는 낯선 밴드다. 윤성현(보컬, 기타), 심재현(베이스, 신시사이저), 한승찬(기타), 방요셉(드럼)의 쏜애플(Thornapple)은 2009년 1집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로 데뷔한 밴드로, '밴드의 시대'에서 f(x)의 '피노키오'를 그로테스크하게 펼쳐보였다. 소속사(해피로봇레코드)에서 '일레트로닉 퓨처록 밴드'로 이름붙였다는 솔루션스(박솔 나루 박한솔)는 2012년 싱글 'Sounds of universe'로 데뷔한 신예. 하지만 2012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최고의 루키'답게 '밴드의 시대'에서 GD&TOP의 'Oh Yeah'를 그들만의 무대로 꾸몄다. 이런 젊은피들이 있기에 인디밴드 생태계는 건강하다.


5. 그래, 세상엔 아이돌만 있는 건 아니지=요즘 주류 음원차트는 역시 걸그룹과 보이그룹 차지다. 하지만 '밴드의 시대' 무대에 열광하는 관중(밴드피플 500명)의 환호와 달뜬 표정을 보면 음악성과 무대장악력에 관한한 인디밴드는 '갑'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 박종현이 마침내 기타를 부순 장면은 그래서 '밴드의 시대'를 상징하는 강렬한 키워드다. 이런 이들이 다음 무대에선 깔끔한 흰색 정장을 한 채 원더걸스의 'Be My Baby'를 신나게 부르니 이들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조용필의 '헬로'를 스트레이트하게 선보인 피아, 나미의 '보이네'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한 피터팬 컴플렉스, 김도향의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한 편의 뮤지컬로 선보인 몽니..맞다. 세상엔 아이돌만 있는 건 절대 아니다.


6. 자작 편곡과 연주, 퍼포먼스라는 이 감칠 맛=밴드의 매력은 역시 이들이 송라이팅 능력이 있는데다 편곡, 연주, 그리고 무대 퍼포먼스까지 척척 해낸다는 데 있다. 작사, 작곡, 편곡, 연주를 남의 손에 맡기지 않는데서 밴드의 진정성과 정체성이 빛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성대 대결, 가창력 대결에 집중한 '불후의 명곡'과는 다른 '밴드의 시대'만의 덕목이다. 데이브레이크는 '슬픈 마네킹' 무대로 '훈남 비주얼 밴드'라는 타이틀에 숨은 진면목을 과시했고, 감성 록밴드 디어 클라우드는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로 객석을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만들었다. 하긴, 로큰롤라디오의 '디스코', 윈디시티의 '나도야 간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등 어느 하나 개성 없는 무대가 있었을까.


7. 피말리는 밴드피플 500명의 심장점수=5월21일 첫방송한 '밴드의 시대'는 객석에 자리잡은 '밴드피플' 500명의 점수로 두 팀이 참가한 매 라운드의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 출연 밴드들이 서로 장르도 다르고 스타일로 다르니 이 '우열 매기기'란 게 우습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예능 프로그램인만큼 이러한 '속된' 평가 장치는 필요하다. "당신의 심장은 어느 쪽입니까??"라며 선택을 강요하는 MC 윤도현의 멘트 후, '과연 두 팀 중 나는 어떤 팀에 더 매료됐을까' 고민하는 '밴드피플'과 시청자들의 심정은 그래서 유쾌하다. 참고로 5회 방송분까지 최고 점수는 '홍대 공연 종결자'라는 로맨틱펀치가 2회에서 선보인 동방신기의 '미로틱'과 고참 싸이키델릭 록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가 5회에서 선보인 산울림의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거야'였다. 모두 274점을 받았다. 과연 밴드피플 5분의 3 이상의 심장을 움직일 밴드가 언제쯤 탄생할지, 그리고 최종 우승자는 누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역시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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