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SBS앵커 "삼류 자괴감? 일류들 나올것" 잔잔한 울림

발행:
문완식 기자
[세월호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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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가 6일째로 접어들면서도 더딘 구조 작업으로 국민들에게 슬픔과 무력감을 안기고 있는 가운데 SBS '8뉴스' 김성준 앵커의 글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김성준 앵커는 21일 "오늘은 3류라는 자괴감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라며 "요지는 나라 전체가 3류는 아니라는 얘기"라며 장문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김 앵커는 "잇따르는 자원봉사자들, 개인 약속이나 나들이도 취소하면서 함께 슬퍼하는 국민들, 실종자 가족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며 자기도 눈물을 흘리는 여경. 함께 해야 한다는 정서는 일류가 분명하다"라며 "3류에 그치는 건 시스템이다. 열악한 연안여객운송 시스템, 재난방재시스템, 국가위기관리 시스템. 이런 것들 말이다"라고 했다.


그는 "그런데 이런 시스템의 문제는 우리만 안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즈를 덮쳐서 대도시의 80%가 물에 잠겼을 때의 일화를 들었다.


그는 "참혹한 현장에서 2주일 동안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한마디로 '미국도 별수 없구나'였다"라며 "예고된 재난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재난방재시스템은 거의 먹통 수준이었다. 부자들은 일찌감치 도시를 벗어난 반면 가난한 이들은 생업 때문에, 또는 대가족이 이동할 차량이 없어서 거대한 허리케인이 다가오는 도심을 떠날 수가 없었다. 학교는 어차피 휴교에 들어갔으니 이 사람들 위해서 수 천대에 이르는 스쿨버스를 동원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무시됐다. 그 버스들 결국 가난한 이들의 집과 함께 모두 물에 잠겼다"고 했다.


이어 "연방재난청 FEMA는 굼뜨기 그지없었다. 구조활동도, 피해자 지원활동도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출신 특파원 눈에는 답답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이튿날부터 그 아름다운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즈는 곳곳이 약탈의 현장으로 전락해버렸다. 치안은 사라졌고 상점이란 상점은 모두 털렸습니다. 3류도 그런 3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앵커는 "그런데 '이건 일류 맞구나'라고 느낀 게 하나 있었다"라며 "뉴올리언즈 시장이 도시를 떠나지 않고 높은 빌딩에서 숙식을 하면서 구조와 복구 작업을 지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전염병이 창궐하고 자기를 보좌할 공무원 인력도 거의 없는 죽은 도시 한복판에 임시 집무실을 차렸다. 사실 별로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대부분의 일은 FEMA와 뒤늦게 허둥지둥 들어온 연방 기관들이 하고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시장은 현장에 남았다. 부자들이 다 떠나버린 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가난한 시민들과 함께 남았다.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하시겠지요. 정치적인 제스처 맞다. 처음에는 쇼한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런 비난 며칠 가지 못했다. 쇼든 드라마든 그는 현장에 남았다. 수족이 다 잘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도 현장을 지키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비난은 많지 않다"고 했다.


김 앵커는 "3류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도 3류고 미국도 3류"라며 "재난 방재에 가장 우수한 시스템을 갖췄다는 일본마저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 3류였다. 3류 시스템이 초래한 사태를 수습하는 임무는 결국 일류가 맡게 된다. 죽음의 도시를 지킨 뉴올리언즈 시장이나 방사능에 피폭될 걸 알면서 원자로 보수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으로 자진해 들어간 원전 요원들이 바로 일류들"이라고 했다.


김 앵커는 이어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그는 "우리도 그런 일류들이 있을 것"이라며 "침몰하는 배에서 일등으로 탈출한 선장이나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자던 고위 공무원이나 실종자 가족들이 보는데 컵라면을 먹던 장관이나 이런 사람들 말고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3류의 속살을 들킨데 너무 자괴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손 내밀고 보듬어 주고 함께 아파하면서 지내다 보면 그런 일류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문완식 기자munwansi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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