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 추석특집에서 B문화의 기운이 솔솔 풍긴다.
특히 MBC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미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영역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MBC는 이번 추석 특집 파일럿을 통해 인터넷 세대에게 익숙한 B문화 키워드들을 끌어안았다.
노홍철의 복귀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은 2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의 제목은 의미심장하게도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연출 손창우 PD)이다.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한다는 이 시대의 청춘, N포세대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20일간 돈 한 푼 없이 유럽으로 떠난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기치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자숙해 온 노홍철이 '잠재적 잉여'로서 스스로를 '잉여'라 자조하는 젊은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다는 데 더 절묘함이 있다. 무전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아직은 빛을 발하지 못한 잠재력 가득한 잉여들의 여행기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를 모은다. 노홍철 외에 여행 작가 태원준과 모델 송원석 등 잘 알려지지 않은 4명의 청년들이 호흡을 맞췄다. 오는 27일과 28일 밤 2부작으로 방송된다.
취향 존중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다른 MBC의 추석특집 '능력자들'(감독 이지선)은 이른바 '덕후들'로 제목을 옮길 수 있는 작품이다. '덕후'란 한 가지 주제, 대상에 대한 광적인 관심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광팬이자 마니아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파생된 말이다. '능력자들'은 음지의 전문가들인 이들 '덕후'를 숨은 능력자들로 보고, 이들을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끌어들였다. "취미와 즐길 거리가 사라져 삭막해진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자들을 찾아 그들이 가진 지식능력을 보고 시청자들의 잠자고 있던 덕심(心)을 일깨워 새로운 '덕후 문화'를 만든다"는 기치다. '무한도전' 캡처만 봐도 어떤 회인지, 냄새만 맡아도 어떤 라면인지 아는 능력자들이 출동한다. 김구라 유세윤 백현이 MC를 맡았고 예지원 김태원 황재근 등이 패널로 출연한다.
이 같은 예능 속 B문화의 키워드들은 최근 '마이리틀텔레비전'(연출 박진경 이재석)의 성공 이후라 더욱 눈에 띈다. '마이리틀텔레비전'은 아프리카TV 등에서 선보이는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으로 옮긴 프로그램으로, 지난 2월 설 특집으로 방송됐다 화제 속에 정규 편성돼 방송 중이다. MBC는 첫 실험의 성공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인터넷 문화, 젊은 세대의 B문화 정서에 다가가는 분위기다. 연이은 실험이 다시 성공으로 이어질 지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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