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다양한 캐릭터를 섭렵하며 코믹한 연기로 주목 받은 배우 음문석이 달라졌다. 그의 연기는 웃기지만 진지했고 슬프지만 행복했다. 이런 음문석이 "이미지 변신보단 가장 잘하는 걸 하겠다"라며 연기를 향한 자신만의 승부수를 던졌다.
음문석은 KBS 2TV 수목드라마 '안녕? 나야!'(극본 유송이·연출 이현석, 이하 '안녕 나야')에서 극 중 안소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안녕 나야'는 연애도 일도 꿈도 모두 뜨뜻미지근해진 37세 반하니(최강희)가 세상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고 모든 일에 뜨거웠던 17세의 반하니(이레)를 만나 '나'를 위로해 주는 판타지 성장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음문석이 연기한 안소니는 대한민국 최고의 갑질 연예인이자 한때 톱스타다. 그는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인해 결국 기자회견을 열고 연예계를 은퇴한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16부작을 모두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부담도, 기대도 있었을 터. 이에 음문석은 오히려 배역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녕 나야'의 주연이 아닌 그저 갑질 연예인 안소니였다. 음문석을 지난 13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처음엔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연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거 같더라. 안소니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끝날지만 생각하며 연기했다. 이 친구가 성장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잡아 연기했다. 주인공이란 생각보단 안소니와 잘 어울리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안소니는 늘 코믹한 상황 속에 존재하지만, 그의 역사는 암울했다.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마냥 웃긴 배역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음문석 또한 이점을 가장 염두에 뒀다는 듯,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단 한 번도 웃길 생각이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생각은 16부작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음문석은 오히려 어두운 면이 있는 안소니가 자신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본을 읽다 보니 안소니는 코믹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숨기고 싶은 게 많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캐릭터였다. 간단하지만 파면 팔수록 복잡했다. 이런 부분이 나와 비슷했다. 나도 '내가 무너지면 고향을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든 걸 많이 숨겼다. 불편하거나 스트레스도 받으면 안됐다. 당시 내 모습이 떠오르더라."
그가 극 중 가장 많은 연기 호흡을 보이는 배우는 이레와 최강희다. 특히 최강희는 김영광, 음문석과 함께 삼각 러브라인을 이룬다. 그러나 여기서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한 부분이 있다면, 음문석과 최강희의 러브라인은 강하게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나는 작품을 들어가기 전에 포지션을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공격수인가 골키퍼인가 말이다. 안소니는 미드필더다. 그저 캐릭터와 캐릭터를 연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삼각관계보다도 최강희, 김영광 배우의 연기를 연결했다. 처음부터 이를 숙지했기 때문에 아쉽진 않았다."
음문석은 독특한 캐릭터로 웃음을 선사했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 속 단말 머리 장룡 역을 시작으로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의 레게머리 한달식 역까지. 늘 유쾌한 연기로 시청자를 울고 웃긴 음문석이 다소 어두운 면이 존재하는 안소니를 선택한 건 의외였다. 그는 '안녕 나야'를 선택한 건 잘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나는 작품을 볼 때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단 캐릭터가 살아있는지만 본다. '과연 이 극에서 내가 필요한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 말고 누군가 해도 되는 역할이 아닌 음문석 색깔을 보여주는 걸 하고 싶었다."
그가 이번 작품을 끝내고 가장 많이 바뀐 게 있다면 바로 나이다. 39세이던 음문석은 '안녕 나야'가 끝난 뒤 '40세'가 됐다. 해가 바뀌고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걸 목격하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음문석도 마찬가지였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오던 20대를 지나오고 여유를 찾았던 30대가 끝났다. 음문석은 앞으로 40대를 어떻게 살아갈까.
"20대엔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날 인정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30대로 넘어오면서 멈추는 걸 배우긴 했다. 무조건 뛰기만 하면 안된단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나를 돌아보고 알아가고 싶다."
음문석은 최근 가수 황치열의 노래 커버를 준비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노래 가사 중 '넌 행복한 건지'란 부분에서 오열했다. 흥 많고 언제나 유쾌할 줄 알았던 음문석의 또 다른 이면이었다.
미래엔 정답이 없다. 누군가가 정해주지도 않는다. 각자 나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게 바로 자신의 미래다. 이렇듯 음문석도 앞으로 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꾸준이 나아갈 거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꿈과 미래가 없기 때문에 더 넓고, 무궁무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털어놨다.
"예전에 내가 꿈이 없다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기 때문에 꿈의 커트라인을 정하지 않았다. 앞으로 무엇으로 태어날지 모르겠고 양파처럼 까도까도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 그래서 자꾸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걸 콘텐츠화 시켜서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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