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수에게 '비틀쥬스'는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코믹과 욕설, 야한 농담까지.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틀을 깨고 또 다른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팀 버튼의 동명 영화(1988)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비틀쥬스'는 갓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집에 이사 온 낯선 가족을 내쫓기 위해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혀 있는 '비틀쥬스'와 손을 잡고 벌이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다.
김준수는 '비틀쥬스' 역을 맡아 첫 코믹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는 "브로드웨이에선 쇼뮤지컬이 주류였지만, 국내에선 그렇지 않았다. '킹키부츠'가 그 포문을 열었고, '알라딘'이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며 "관객들이 이제는 (블랙 코미디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고, 저도 이 타이밍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틀쥬스' 같은 본격 코미디극은 우리나라에도 흔치 않기 때문에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배움의 기회가 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는 늘 틀을 깨고 싶은 사람이고, 이 작품이 저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전 작품인 '알라딘'이 그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그는 "사실 '알라딘'을 하면서 관객들의 웃음 소리가 너무 좋더라. 배우로서 리프레시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때 초연 때도 고사했던 작품인 '비틀쥬스'가 떠올랐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며 "제가 본격적인 코믹극을 해본 적은 없지만, 나름 누군가를 웃기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한다. 여기선 못 웃기지만, 동생들 사이에선 개그맨이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김준수표 비틀쥬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는 "'인외' 캐릭터이다 보니까 나이대를 그대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되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고, 그 방향이 일종의 '금쪽이' 같은 느낌이었다"며 "귀여운 면도 있고, 안쓰러운 면을 함께 살려 다채롭게 표현하면 그 캐릭터의 맛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연출님도 그 방향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고 밝혔다.
'비틀쥬스'는 지금까지 맡았던 작품과 결이 다르다고 밝힌 김준수는 "그동안은 멋진 척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제가 그 안에서도 웃길 수 있는 부분에선 웃기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웃기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코미디극은 또 다른 이야기니까 그 자체로 도전이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준비 과정에서 고민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걱정도 했다. 이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하기에는 저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저만의 '비틀쥬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웃기려고 표정을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쓰거나 욕설, 야한 농담을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보니까 연습 과정에서 어색하고 민망한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처음 도전하는 야한 농담과 욕설에 대한 고민과 고충을 털어놨다. 김준수는 "'이게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야한 농담이나 욕설을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 게 처음이다. 이런 표현을 관객이나 팬분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며 "그런데 첫 공연을 보시고, 좋아해 주시는 걸 보고 안심했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웃기게 표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워낙 대사량이 많다 보니 조금만 삼천포로 빠지면 길을 잃을 수도 있다"며 "그런데 공연을 거듭하다 보니 관객 반응에 맞춰 리액션을 하거다 대사를 조금씩 변주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과 시너지도 나는 것 같다. 배우들 모두 디테일이나 여유가 생기면서 서로를 더 잘 받아준다. 상대의 애드리브를 그대로 인용해 그 회차만을 위한 장면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금 망설이던 김준수는 "사실 제가 욕을 못 하거나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아니다. 팬들이 가끔 '자연스럽게 욕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했을까'라고 하시면 되레 민망하고 찔린다"고 웃었다.
'비틀쥬스'를 통한 김준수가 이루고 싶은 목표도 분명했다. 그는 "저는 어느 순간부터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근데 '김준수는 자기한테 어울릴 만한 걸 똑똑하게 선택하는 거지, 스펙트럼이 넓은 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그만큼 제가 잘 해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비틀쥬스'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면 그런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연 올라가기 직전까지 저조차도 반신반의했던 작품"이라면서도 "하지만 '데스노트'나 '드라큘라' 여기 제 첫 캐스팅 기사에는 늘 물음표가 따라왔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동료 배우들도 '왜 계속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느냐. 좋은 평가받는 작품을 이어가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시는데 제 성격상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저는 늘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김준수는 "배우로서는 관객분들이 호탕하게 웃고 집에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물론 2막에는 감동도 있지만, 적어도 푯값이 아깝지 않은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큰마음을 먹고 오신다는 걸 알고 있다. 반차를 내야 겨우 올 수 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 그 감사함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재밌게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비틀쥬스' 공연은 기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부끄러워하는 순간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고 본다. 부끄러운 건 전혀 없다. '내가 알던 김준수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면 한다"며 "기본 마인드는 '어쩌라고'다. 실수가 생겨도 다 재밌게 넘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오히려 아무 실수 없이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다. 공연 전에 늘 그걸 되새기고 들어가는데, 캐릭터와 잘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준수는 '비틀쥬스' 공연의 장점에 대해서는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도 다 같이 사는 작품이다. 사실 '이 캐릭터가 필요한가?' 싶은 작품도 있는데 '비틀쥬스'는 그런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 매력이다"라며 "또 1막과 2막의 밸런스도 좋다. 이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웃으러 보러 오셨다가 가족의 끈끈한 사랑도 느끼셨으면 좋겠고, 작품이 죽음을 역설적으로 다루지만, 결국은 살아 있을 때 그 삶을 더 소중히 여기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러 메시지가 겹겹이 담긴 작품이라서 참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준수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2028년까지 대략적인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대관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오는 3월부터 뮤지컬 '데스노트' 엘(L) 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김준수는 "재연한다고 부담감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기대치가 있고, 이전 공연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업그레이드가 돼야 만족시킬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비틀쥬스'는 3월 2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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