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와 8년 동행을 마치고 수원 삼성 이적이 사실상 확정된 홍정호(36)가 "배신이 아닌, 한 선수가 참고 버티며 고민한 끝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아픈 결정으로 봐달라"고 전북 팬들에게 호소했다.
홍정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전북 팬들에게 남긴 작별 인사에서 "8년 동안 전북이라는 팀에서 뛰면서 한 번도 이 팀을 가볍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 "주장을 맡았고, 우승을 했고, 개인상도 받았지만 그보다 더 자랑스러운 건 전북 선수로 살았던 시간 그 자체였다"고 했다.
이어 홍정호는 "그래서 제가 다른 팀으로 간다는 사실이 팬 여러분께 배신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 생각이 제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다"면서도 "하지만 제 마음속 이야기는 한 번도 제대로 전해진 적이 없는 것 같아 용기를 내 솔직히 말씀드리려 한다"며 전북을 떠나게 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홍정호는 "테크니컬 디렉터(현 마이클 김)님이 바뀐 뒤, 저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채로 시즌 초 많은 시간 동안 외면받았다"면서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선수 등록이 되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했을 때는 직원 실수로 인해 등록이 누락됐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상황에서 정당한 이유와 설명 없이 단지 실수로 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경기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 저는 솔직히 납득이 되지 않았고 너무 속상했다"며 "어느 순간에는 이적을 권유하는 말까지 듣게 됐다. 그 말이 얼마나 무너지는 말이었는지, 8년 동안 이 팀을 위해 뛰어온 선수라면 아실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홍정호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전북을 떠나고 싶지 않았고, 말이 아닌 경기장에서 제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면서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저는 놓치지 않았다고 믿는다. 팀의 주축으로 뛰었고, 더블(K리그1·코리아컵)을 이뤘고, 개인적인 성과도 남겼다. 그 순간만큼은 '아직 나는 이 팀에 필요한 선수구나'라고 믿고 싶었다"고 적었다.
다만 홍정호는 시즌을 마친 뒤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또 한 번 구단으로부터 상처를 입었다고 털어놨다.
홍정호는 "시즌이 끝나가면서 여러 팀으로부터 연락이 왔지만 저는 전북이 우선이었다. 제 마음속 선택지는 전북 뿐이었기에 전북만 기다렸다"면서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구단과 미래를 이야기할 때 저는 아무런 설명도 연락도 없이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그 기다림은 점점 길어졌고, 하루하루가 저에겐 정말 버거웠다"고 적었다.
그는 "오랜 기다림 끝에 어렵게 마주한 (구단과) 미팅에서 재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면서 "이미 정해진 답을 모호하게 둘러대는 질문들만 가득했다. 저에게는 (재계약) 선택권이 없었고,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저에게 긴 시간 연락이 없었던 이유가 짐작되는 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홍정호는 "'이 팀에서 나는 이미 선택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큰 상처를 받았다. 8년의 정이 깊은 이 팀에 제가 원한 건 연봉도 (계약) 기간도 아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이미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는 상황에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협상이 의미가 없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8년 동안 팀을 먼저 생각했고 진심을 다했기에, 그 말들이 너무 속상하고 서러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 있을 이유를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묻고 또 물었다. 사랑하는 팀에서 축구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꼭 우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크게 상처받아 있었다.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홍정호는 "이 선택이 모든 팬 여러분께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전북에서의 8년을 거짓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팬 여러분들에 대한 마음, 제가 흘린 땀과 눈물, 책임감만큼은 진짜였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저 역시 완벽하지 않고 이 과정에서 부족한 판단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팬 여러분의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부디 이 선택을 배신이 아닌 한 선수가 참고 버티며 고민한 끝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아픈 결정으로만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정호는 "전북 현대는 제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팀"이라며 "8년 동안 여러분들 덕분에 저는 행복한 선수였다. 열띤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참 따뜻하고 든든했다.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길, 끝까지 함께 걸어가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제 축구인생의 전부였던 전북, 팬 여러분께 받은 마음과 함께했던 시간들 잊지 않고 마음속 깊이 오래오래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정호는 해외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18년 전북에 입단한 뒤 8시즌 동안 K리그1 206경기에 출전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주장 역할도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고, 2021년 K리그1 최우수선수(MVP)를 포함해 전북 소속으로만 K리그1 베스트11에 4회(2019·2020·2021·2025) 선정됐다.
그러나 전북 구단은 지난달 31일 계약 만료에 따른 홍정호와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앞서 홍정호가 전북을 떠나 이정효 감독이 새로 부임한 K리그2 수원 삼성으로 이적할 거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는데, 이 감독은 홍정호가 전북을 떠나 새로운 팀을 찾는다는 소식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함께 하고 싶다"는 진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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