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부끄러운 진출을 노려보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었지만, 최약체로 꼽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방심하다 덜미를 잡혔다.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홍명보호는 이제 타 구장 상황과 다른 조의 눈치를 봐야 하는 복잡하고도 굴욕적인 경우의 수 계산에 돌입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린 남아공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0-1로 충격패를 당했다.
조별리그 성적 1승 2패(승점 3)가 된 한국은 남아공에 밀려 조 3위로 추락했다. 그나마 같은 시각 열린 경기에서 멕시코가 체코를 3-0으로 잡아준 덕분에 조 꼴찌로 인한 완전 탈락이라는 최악의 대참사만은 면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번 대회는 48개국 체제로 개편되면서 각 조 1, 2위가 32강에 직행하고, 조 3위를 기록한 12개 팀 중 상위 8개 팀이 토너먼트행 막차를 탄다. 자력 진출 루트를 잃은 한국은 이제 다른 조 3위 팀들과 성적을 비교해 8위 안에 들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전반전부터 이미 밀리는 흐름이었다. 한국은 전체 슈팅 수에서 4대 9, 유효 슈팅에서 1대 3으로 뒤처지며 경기 내용 면에서 완전히 압도당했다. 홍명보 감독은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LAFC)을 벤치에 두고 오현규(베식타시)와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을 최전방 투톱으로 내세우는 3-4-1-2 포메이션을 가동했으나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전반 4분 만에 남아공 모포켕에게 일대일 기회를 내줄 뻔한 것을 시작으로, 전반 19분 마세코의 슈팅을 이기혁(강원FC)이 몸을 날려 막아내는 등 수비 라인은 끊임없이 흔들렸다. 전반 중반에는 이기혁의 치명적인 패스 미스로 음바타와 막고파에게 견제 없는 연속 슈팅을 허용하며 골과 다름없는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중앙 지역에서 패스 실수가 남발하며 수비진과 중원 간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는 모양새였다. 전반 막판에도 왼쪽 수비와 센터백 사이의 공간이 허무하게 열리며 마세코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내주는 등 졸전이 이어졌다.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자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파격적인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황희찬,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백승호(버밍엄 시티)를 빼고 손흥민과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 김진규(전북 현대)를 동시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손흥민을 왼쪽 공격수로 배치하고 카스트로프를 왼쪽 수비수로 세워 측면 전술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교체 카드 투입 후에도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은 남아공의 촘촘한 수비를 뚫는 데 극심한 애를 먹었고, 남아공은 철저하게 한국의 뒷공간을 한 방에 공략하는 카운터어택으로 일관했다.
결국 후반 18분 실점을 허용했다. 수비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무너지며 공간을 노출했고, 남아공의 마세코가 아크 정면에서 때린 왼발 슈팅이 한국 골문 오른쪽 구석을 정확히 갈랐다. 김승규(FC도쿄) 골키퍼가 팔을 뻗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제골을 내주자 홍 감독은 후반 21분 핵심 중앙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빼고 센터백과 미드필더가 모두 가능한 박진섭(저장FC)을 투입하는 마지막 승부수까지 던졌다.
남아공은 한 골을 넣은 뒤 급할 게 없어지자 전원 수비 체제인 파이브백 형태로 완전히 돌아섰다.
이후 한국의 공격은 이강인 몰아주기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밀집 수비에 막혀 활로가 보이지 않자, 이강인의 개인 능력에 기반한 롱킥으로 후반 교체 투입된 조규성(미트윌란)의 머리만을 노리는 단조로운 축구에 그쳤다.
한국은 후반 막판까지 계속해서 남아공의 골문을 두들겼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최전방의 조규성은 상대 수비에 철저히 고립됐고, 전체적인 볼 움직임은 정적이고 둔탁했다. 후반 추가시간 6분이 주어졌으나 끝내 남아공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최약체를 상대로 역대급 졸전을 펼치며 조 3위로 추락한 홍명보호는 자멸에 가까운 결과 속에 가혹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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