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계인이 나타났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2016) 이후 10년 만에 네 번째 작품 '호프'로 관객들을 찾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극강의 재미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곱씹게 되는 강렬한 여운을 선사할 전망이다.
6일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참석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매 작품 장르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을 거듭해온 나홍진 감독은 '호프'에서 인간과 외계인의 입장의 차이와 무지가 빚어낸 엄청난 사건을 독창적 스토리텔링과 강력한 볼거리에 담아낸다.
나홍진 감독은 "촬영 1년 전부터 콘티와 스토리보드를 완성해둔 상태에서 이를 실제 촬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스태프들과 오랫동안 논의했다"며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대로 타협 없이 촬영해보고 싶었다.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 길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 이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관객들마다 다른 상상을 하시겠지만, 뭘 보여줘도 상상 속의 장면이 될 것 같았다. 영화는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밤에 끝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 이야기한다면 중언이 될 것 같았다. 이 이야기가 훌륭하진 않을진 몰라도 완결성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홍진 감독은 '호프'의 스토리를 구현하는 데 있어 인간과 외계인 간의 대비와 낯섦을 표현하기 위해 호포항의 사람들은 한국 배우를, 외계인 캐릭터는 해외 배우를 캐스팅하고자 했다.

나홍진 감독은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곡성' 이후 다른 작품에 황정민 선배를 캐스팅했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못했다"며 "당시에는 어둡고 명확하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될 만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지금의 '호프'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은 재촉하지도 않으셨고, 오히려 어느 날 먼저 전화를 걸어 다른 작품을 촬영해도 되는지 물어보셨다. 그때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며 "이후 5~6년 만에 시나리오가 완성돼 다시 연락드렸는데 감사하게도 흔쾌히 승낙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범석'이라는 캐릭터는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부터 황정민 선배를 떠올리며 작업했다"며 "필연적이고 당연한 캐스팅이었다"고 강조했다.
조인성의 캐스팅 배경도 공개했다. 나 감독은 "주변 배우들이 조인성 선배와 함께 작업한 경험을 이야기할 때마다 하나같이 좋은 말만 하더라.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며 "류승완 감독님 역시 칭찬을 많이 하셨고,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서 '분명 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분과 함께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실제로 함께 작업해보니 집중력과 현장에서의 태도, 배우로서 갖춰야 할 여러 면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너무 감사했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정호연의 캐스팅은 황정민의 추천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나 감독은 "황정민 선배가 정호연 배우를 꼭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귀띔해주셨다"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몰랐지만 직접 만나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가 캐릭터에 바랐던 모습을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갖고 있는 배우였다"며 "워낙 바쁜 배우였지만 함께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곡성'에 이어 나홍진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호프'에서 호포항의 출장소장 '범석' 역을 맡았다.
그는 상상만으로 연기하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들에게도 익숙한 방식은 아니었다"며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연기가 무엇일지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내 눈앞에 있는 존재의 키가 어느 정도인지, 시선을 어느 높이에 맞춰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요청은 있었지만 실제로는 앞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며 "특별히 계산이 필요한 연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 배우의 반응에 따라 연기를 달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가 요구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인성은 남다른 생존 본능을 지닌 캐릭터 '성기'를 통해 날 것의 야생적 매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강도 높은 액션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그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가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었다. 옆에서 차를 몰고 함께 해줬던 (황) 정민 선배님, (정) 호연 씨도 호흡 맞추기가 힘들었던 장면인 것 같다"며 "저도 눈으로 확인했지만, 어렵게 찍은 만큼 위대한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속으로는 뿌듯하고 고생한 보람이 있는 시퀀스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말을 타고 펼치는 액션신에 대해서도 밝혔다. 조인성은 촬영을 위해 약 3개월간 승마 훈련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3개월 동안 연습했다"며 "허락된 공간 안에서 산도 타보고, 말과 호흡도 맞추면서 감을 익히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달리 말은 동물이기 때문에 말의 컨디션이 저와 맞지 않으면 언제든 제 의도와 다르게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있다"며 "말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배우는 늘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을 통해 승마도 배울 좋은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정호연은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할 일하는 호포항 순경 '성애'로 분했다. 정호연은 박진감 넘치는 카체이싱과 드리프트, 유탄 발사기 등의 총기 액션을 모두 직접 소화하며 영화에 강력한 힘을 더한다.
'호프'로 국내 과객들을 만나게 된 정호연은 "저한테는 굉장한 도전이었다. (배우들과) 말로 대화한다기보다는 눈빛으로 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그 속도를 따라잡는 게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한 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좋은 합이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황정민은 '호프'의 성적에 욕심이 난다고 고백했다. 그는 "9월에는 북미 개봉을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영화도 전 세계에서 잘 돼서 다들 행복하게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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