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환호와 탄식이 터져 나올 수 있을까. 종료 37초를 남기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이 연달아 펼쳐졌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6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7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B조 최종 6차전에서 '숙적' 일본을 81-79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3승 3패, 승점 9를 기록하며 B조 2위로 예선 2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번 1라운드에서 일본, 중국, 대만과 B조에 속했다. 일본이 4승 2패, 승점 10으로 조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했던 최종전에서 일본을 잡아 4위에서 2위로 올라선 채 1라운드를 마쳤다.
중국도 한국과 같은 3승 3패, 승점 9를 기록했지만 승자승 원칙에서 밀려 조 3위가 됐다. 그래도 2라운드 진출권은 확보했다. 대만은 2승 4패, 승점 8로 조 최하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이번 아시아 예선 1라운드에서는 각 조 4개 팀 중 상위 3개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 2라운드까지 통과하면 내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FIBA 농구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 배정된 본선행 티켓은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하고 총 7장이다. 한국은 극적으로 월드컵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경기는 한일전답게 치열했다. 한국은 3쿼터 중반 두 자릿수 차로 뒤지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최준용(부산 KCC)이 흐름을 바꿨다.
한국이 40-51로 밀리던 상황에서 최준용은 추격의 3점슛을 터뜨렸다. 이후 점프슛과 속공 득점, 상대 파울을 유도한 자유투까지 더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한국은 3쿼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51-54까지 따라붙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올린 11점 중 9점을 최준용이 책임졌다. 이어 에디 다니엘(서울 SK)의 강력한 덩크슛으로 한 점 차까지 추격했고, 최준용은 55-54를 만드는 역전 득점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4쿼터 막판에 찾아왔다. 한국은 종료 37초를 남기고 80-72로 앞서 있었다. 일본은 파울 작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남은 시간과 점수 차를 고려하면 한국이 승리를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분위기가 급격히 흔들렸다. 일본의 파울 작전에 한국은 당황했고, 자유투마저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다. 그 사이 일본은 추격을 시작했다. 와타나베 유타가 3점슛을 넣는 동시에 반칙까지 얻어내 4점 플레이를 완성했다. 여기에 이우석(상무)이 턴오버를 범했다. 니콜라스 마줄스 한국 감독은 판정에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일본은 종료 10초를 남기고 78-80까지 따라붙었다.
그래도 한국이 유리했다. 파울 작전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자유투만 성공하면 됐다. 하지만 이우석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이어 장재석(부산 KCC)이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반칙을 범하면서 일본에 자유투가 주어졌다. 남은 시간은 5초였다.
일본은 동점을 만들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일본도 웃지 못했다. 일본의 귀화 선수 조쉬 호킨슨이 자유투 1개를 놓쳤다. 스코어는 80-79, 여전히 한국의 리드.
일본은 다시 파울 작전을 펼쳤다. 이번에도 자유투 라인에 선 건 이우석이었다. 이우석은 자유투 2개 중 1개를 성공시켰고, 한국은 81-79로 앞섰다. 남은 시간은 2.6초.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본에는 동점 또는 역전을 노릴 마지막 공격 기회가 있었다.
일본은 마지막 공격에서 3점슛을 택했다. 하지만 사사키 류세이가 던진 공은 림을 통과하지 못했다.

여기서 또 한 번 생각지 못한 장면이 나왔다. 일본의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 타이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일본의 슛이 실패하면서 큰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심판진은 리플레이를 통해 일본이 남은 2.6초를 모두 사용했는지 확인했다. 판정을 기다리는 동안 경기장은 잠시 고요해졌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리고 심판진은 결정을 내렸다. 한국의 승리가 선언됐다.
그제야 한국 선수들과 팬들은 안도의 환호를 터뜨렸다. 종료 37초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승부. 한국은 숙적 일본을 꺾고 탈락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