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 방송의 동성애 표현 수위, 어디까지 가능할까.
8일 첫선을 보인 SBS '일요일이 좋다'의 '대결! 반전 드라마' 코너에서는 남자끼리의 키스 장면을 내보냈다. 정준하가 오랫동안 짝사랑 해온 유재석을 납치,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롱 키스를 한다는 설정. 시청자게시판에는 '민망하다'는 반감과 '재밌다'라는 호응이 상충하고 있다.
KBS2 '개그콘서트'나 SBS '웃찾사' 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로 남자 간 '입맞춤'이 장난스럽게 묘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 타이즈 프로그램에서 애정표현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도 동성애를 소재로 삼아 시청자 반응을 떠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정면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달 3일 방영하는 MBC 베스트극장 '완벽한 룸메이트'(극본 황경신· 연출 황인뢰). 양성애자 남자와 이성애자 여자, 그리고 동성애자 남자 간의 삼각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황인뢰 PD는 "설정만 양성애자와 동성애자로 했을 뿐 TV에서 동성애를 표현하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제작진의 우려와 달리 케이블 TV를 통해 상당수 시청자들이 동성애에 다소 무덤덤해진 것이 사실이다. 홈 CGV 채널에 방영되고 있는 미국 시리즈물 '퀴어 애즈 포크(Queer as Folk)'의 경우 동성 간의 파격적인 키스신과 섹스신에도 불구하고 수십 여 개의 팬카페가 개설됐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동성애를 맞바로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MBC 베스트극장 '두 여자의 사랑'(1995), SBS 70분 드라마 '숙희 정희'(1997), KBS2 특집극 '슬픈유혹'(1999), KBS2 드라마시티 '금지된 사랑'(2002), '너를 만나고 싶다'(2002) 등 동성애를 모티프로 한 단막극들이 끊임없이 선을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제작진들은 "국내 정서상 애정표현은 눈빛 등의 간접묘사로 '변죽만 울리고 있는 꼴' "이라고 입을 모았다. '숙희 정희'만 해도 방송위의 경고를 받았다.
청소년 지도자 우옥환 이사장(한국청소년 마을) 처럼 "외국 드라마나 영화도 아닌 '안방극장'까지 관대해져야 할 만큼 동성애가 매력적인 소재인지는 의문"이라는 우려를 표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국내 동성애자 커플의 공개 결혼식이 버젓이 TV 뉴스 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 드라마도 이를 얼마만큼 반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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