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멀리 그리스에서 벌어지는 젊은 육체들의 경연에 온통 시선을 빼앗겼다.
올림픽 하면 으레 인류의 평화와 화합 따위의 휘황한 수사들이 따라 붙기 마련이지만 TV시대의 올림픽은 다른 무엇이기 이전에 화려하고 재미있는 볼거리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올림픽은 바로 TV가 보여주는 올림픽이며 그런 의미에서 현대 올림픽은 TV가 조직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올림픽을 내세운 온갖 광고가 난무하고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어디에도 올림픽이란 말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상업주의가 판을 치게 된 것도 TV가 올림픽을 사실상 지배하게 되면서부터다. TV가 개입하면서 스포츠는 거대한 규모의 산업이 된 것이다.
TV는 아주 냉혹하게 돈 되는 스포츠와 되지 않는 스포츠를 구분한다. 이른바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의 운명은 거기서 갈라진다.
돈 안 되는 이른바 비인기 종목을 TV에서 보게 되는 유일한 기회가 바로 올림픽이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스포츠들도 그 뜨거운 민족주의의 승부 경쟁 속에서는 멋지고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31일 저녁 시간을 뜨겁게 달군 여자 핸드볼 결승전은 스포츠가 엮어낼 수 있는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 끝에 아쉬운 은메달을 차지한 우리 선수들에게 숱한 찬사와 성원이 쏟아졌다.
"열악한 현실에서 얻은 값진 메달"이며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선 놀라운 성과"라고들 했다. 이런 얘기, 우리는 4년 전에도, 아니 8년 전, 12년 전에도 똑같이 들은 바 있다.
단언컨대 이 핸드볼 선수들이 연출했던 감동의 드라마는 머지않아 잊혀질 것이고 적어도 4년 후까지 TV에서 핸드볼 경기 중계를 보는 일은 힘들 것이다. 핸드볼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고 따라서 광고도 붙지 않을 핸드볼 중계 따위에 나설 TV 방송은 없을 테니까.
우리 핸드볼 팀이 또 다시 올림픽에 나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된다면 아마 우리는 4년 후에도 이와 똑같은 소리를 다시 듣게 될 것이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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