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는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여성의 시각을 담은 개그를 펼치는 차세대 개그우먼들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출산드라' 김현숙, '미스강' 강주희, 그리고 '고고 예술속으로' 코너의 강유미, 안영미 등이 그들이다.
'출산드라' 김현숙의 여성성 찬양
'봉숭아학당' 코너에 등장하는 '출산드라' 김현숙은 여성에게 지워진 편견인 외모지상주의를 비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기존에 흔히 다뤄지던 여성의 예쁜 외모를 찬양하고, 못생긴 외모를 비하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던 남성 시각 중심의 개그에도 일침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첫 등장하면서 외치는 '자연분만', '모유수유'라는 구호부터 심상치 않다. '다산의 상징'이라는 여성성을 앞세운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는 궁극적으로 여성의 모성과 출산 능력을 찬양하고 있다.
음식을 예찬하며 언뜻 언뜻 내비치는 "어머니, 왜 오빠 도시락 밑에만 계란을 까셨나요?" 등의 대사는 가정내 만연한 남녀차별을 비꼬기도 한다.
강주희 "남자만 성대모사 하나요?"
'마데홈쇼핑' 코너에 투입된 '미스강' 강주희도 여성 성대모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성대모사는 남자만 하라는 법 있나요"라며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던진 강주희는 지난해 'VJ 특공대'를 패러디한 '개그 J 특공대' 코너에서 황수경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크게 주목받았다.
그 후에도 '오들희' 이혜영, '안성댁' 박희진, 김정은, 유민, 한예슬, 김하늘 등 여자 연예인들을 성대모사 대상으로 끌어들이며 큰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김현숙과 강주희는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가 여성 개그맨 양성을 목적으로 올해초 신설했던 '꼭 그렇지만은 않아' 코너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군대 내무반 장기자랑 같다'는 지적이 있었을 정도로 남자 개그맨 일색이던 '개그콘서트'에 이들은 새바람을 몰고 왔다.
여성의 섬세한 시선 'go!go! 예술속으로'
여자들만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개그로 묘사해 여성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얻었던 '꼭 그렇지 만은 않아'의 뒤를 이어 떠오르는 코너가 'go!go! 예술속으로'다.
KBS 공채 개그맨 19기인 신인 개그우먼 강유미 안영미가 이끄는 'go!go! 예술속으로'는 여성들의 섬세한 시선으로 예술 장르의 특성과 클리쉐를 하나하나를 잘 집어내고 있다. 기존 개그와는 차별되는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특히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강유미와 안영미는 오는 19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안티 성폭력 페스티벌'에서 'go!go! 예술속으로'를 패러디한 'go!go! 포르노 속으로'를 선보일 예정이기도 하다. '안티 성폭력 페스티벌'의 취지에 동의한 이들은 이 무대에서 여성비하적인 포르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포르노의 허구성을 여성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는 "아무래도 여자 연기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너무 망가지거나 너무 독한 말을 써도 추해보이고 액션을 펼치는데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만큼 여자들끼리 웃음을 만들어내는 일은 어려운 법"이라며 이들의 재능을 높이 샀다.
시청자 최은혜(bypyask)씨도 "'개그콘서트'의 최강 무기는 바로 여성들에게 있다"면서 "'go!go! 예술속으로'는 유행어에 턱없이 집착하며 웃기려하는 요즘 추세와 확연히 달라서 더욱 가치가 있다. 또 강주희의 성대모사를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섰다. 톤을 넘어서 발성까지 흡사하다"며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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