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때문에 극 전개 빨라져"

SBS 대하드라마 '서동요'(극본 김영현ㆍ연출 이병훈)의 시청률이 오를수록 더욱 커져 가는 궁금증이 있다. 비록 드라마이긴 하지만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하는 만큼,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얼마나 고증을 거친 내용인지 시청자들이 의문을 가지는 것.
특히 많은 시청자들이 극중 서동(30대 무왕)이 위덕왕(27대)의 아들로서 부여선(29대 법왕)과 대립하는 것으로 설정된 것에 대해, "역사서에는 무왕이 법왕의 아들로 되어있다. 드라마가 잘못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서동을 비롯한 백제 태학사의 업적으로 묘사되는 여러 발명, 발견에 대해서도 과연 '얼마나 고증을 거쳤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대해 '서동요'의 연출자인 이병훈 PD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 극중 서동이 위덕왕의 아들로 설정된 이유는?
▶ 당시 기록이 명확히 남아있지 않지만, 무왕이 위덕왕의 아들이라는 설과 법왕의 아들이라는 설로 갈린다. 중국의 위지 동이전(魏志 東夷傳)에는 위덕왕의 아들로 기록돼있고, 삼국사기에는 법왕의 아들로 되어있다. 난 향가 '서동요'가 등장하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더 신뢰했고, 삼국사기는 다분히 신라 위주로 기록된 것이어서 백제에 대한 기록을 100% 그대로 믿기 어려웠다.
위지 동이전을 비롯해 중국의 여러 기록들을 보면 위덕왕의 아들이라는 설이 더 신뢰성이 높다. 국내 학계에서도 위덕왕의 아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위해서도 위덕왕의 아들로 설정되는 것이 더 좋았다.
- 논농사, 온돌, 종이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발명품들이 태학사의 업적이 맞는가?
▶ 되도록 역사적 사실에 맞는 소재들을 찾았다.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발명품들이므로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논농사가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상용화되었으니 서동이 등장한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사신도를 보면 백제의 사신은 크고 화려하게, 신라와 왜의 사신은 작고 초라하게 그려져 있다. 당시 국력을 나타내는 것인데, 백제의 문물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뛰어난 백제의 과학기술을 쉽게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욕심이고 자만이었나 보다. 많이 어려웠던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쉽게 과학을 다뤄보고 싶다.
- 부여계보다 부여선의 재위기간이 더 짧은데, 시점이 맞지 않는 것 같다.
▶ 드라마에 출연하는 기간으로 보면 부여계의 재위기간이 더 긴 것처럼 됐다. 부여계가 예상보다 빨리 죽게 된 것은 '늑대' 등 경쟁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극 전개를 빠르게 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가수 비가 주연한 '이 죽일 놈의 사랑'이 등장했을 때는 '서동요'에는 대규모 전쟁신이 나왔다.
- 주인공들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과 그 관계는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가?
▶ 당시 기록이 많지 않다. 서동과 선화공주, 왕의 재위기간 등은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묘사했다. 사택기루는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이고, 그 외의 중신들은 당시 관등제와 실제 역사서에서 찾아낸 이름을 조합해 설정했다. 흑치평, 아택걸취 등 실제 백제에서 사용됐던 이름이다.
그 외의 진행 과정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인 만큼 극적 재미를 위해 재구성한 측면이 있다. 사택기루와 우영공주로 인한 갈등 관계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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