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에 조폭시대가 열렸다?"
조직폭력배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대거 등장했다. 일명 '조폭'으로 불리는 이들은 폭력 등 불법행위로 자신들의 권익을 지키고자 하는 무리들. 지금까지는 주인공을 괴롭히던 악역이나 조연으로 등장하던 이들이 안방극장에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먼저 지난 22일 첫선을 보인 SBS '불량가족'. KBS1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던 김명민이 조직의 행동대원 오달건 역으로 분했다.
고아로 자라 중학교를 중퇴한 달건은 두목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가족대행서비스' 사업을 시작한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달건에게 엮인 사람들을 '협박'해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한 아이의 가족 역할을 하게 하는 것. 더욱이 달건은 양아(남상미 분)와 백화점 후계자 부경(현영 분)의 사랑을 모두 받게 되는 행운아가 된다.
오는 4월 5일 첫방송되는 MBC '닥터 깽'도 역시 조폭이 주인공이다.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양동근이 중학교 중퇴 학력의 강달고 역을 맡아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조직원으로 등장한다. 조직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철창신세를 졌다가, 결국 도망자가 돼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의사 행세를 하게 된다.
달고는 조직으로부터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여의사 김유나(한가인 분)와 코믹한 로맨스를 이루게 된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 일제시대 한국인의 자부심을 일깨웠던 최배달 역 등으로 정의로운 이미지를 구축한 양동근이 어떻게 양아치 역할로 변신하게 될지도 주목된다.
이 가운데 오는 5월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2 '위대한 유산'도 역시 조폭을 전면에 내세웠다. 남자 주인공 강현세는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조폭의 길로 들어선다.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고 주가조작의 배후가 되는 등 엘리트적인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어쨌든 조폭은 조폭이다.
조폭 출신의 현세는 유치원 원장선생님이었던 어머니의 유치원을 물려받은 후 유언에 따라 교사로 근무하게 되고, 이 와중에 이 땅에 테마파크를 지으려는 건설회사와 맞서 유치원을 지켜내게 된다. 유치원 교사 미래와도 사랑도 빠질 수 없는 테마다.
올 들어 유난히 조폭이 전면에 등장한 드라마가 많았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KBS2 '굿바이 솔로'에서 이재룡이 연기하고 있는 강호철도 일종의 조폭. 규모는 작지만 부하들을 이끌고 있는 조직의 두목으로, 주먹 쓰고, 각목 쓰면서 해결사 노릇을 하는 불량배다.
어린시절 폭력을 쓰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두 부모가 죽고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강한 주먹을 쓰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15살 연하의 미리(김민희 분)와 사랑을 만들어 가고 있긴 하지만, 온몸을 문신으로 뒤덮은 그의 모습이 달갑지만은 않다.
지난 2월 긴급편성됐던 MBC '내 인생의 스페셜'에서도 조폭이 4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을 맡았다. 성지루가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조직의 넘버2 동구 역을 맡아 조직 보스 백곰에게 배신을 당하고, 고교 동창들과 한탕하려다가 결국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게 된다.
조폭도 인간이고, 인간적인 아픔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드라마들이 자칫 조폭에 대한 친근감을 야기하고 미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이에 대해 '위대한 유산'의 연출을 맡은 김평중 PD는 "조폭이 아무래도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 호기심을 유발하는데다가 재밌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많이들 채택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우리 드라마의 경우는 조폭과 유치원이라는 언밸런스한 조합이 만들어내는 웃음을 위해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또 "조폭의 미화라는 점은 우리도 우려하고 계속 경계할 것"이라며 "우리 드라마에서는 패거리 싸움하고 집단 난동을 부리는 조폭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는 조폭으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