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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 돌림 바보캐릭터 "우린 죽지 않아"

'구'자 돌림 바보캐릭터 "우린 죽지 않아"

발행 :

김경욱 기자

영구·맹구·대구·빡구·멍구·땡구… "선배 캐릭터 '영구'에 대한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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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그콘서트’에는 유독 ‘구’자 돌림의 콧물을 흘리는 바보(?)들이 등장한다. ‘집으로’의 빡구와 ‘봉숭아 학당’의 멍구 땡구가 바로 그들. 이들이 닦지 않고 중력을 따라 흘려보내는 점액질이 뭐가 그리 대수겠냐만은 이 ‘구’자 돌림의 바보들이 콧물도 닦지 않고 선보이는 바보 연기는 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이다.


바보. 그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인 존재도 아니다. 개그 프로그램 속 바보들은 꾸준히 그 계보를 유지하며 각 시대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 준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웃을 수 있다고 말한다면 과언일까. 비록 예전의 바보들이 이에 김을 붙였거나 얼굴에 커다란 점을 그렸다면 오늘의 바보는 콧물을 흘린다는 차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바로 이름에 쓰이는 ‘구’라는 돌림자.


그 돌림자의 시초는 단연 '영구'의 심형래다. 아직도 우리는 바보 캐릭터 하면 영구를 떠올린다. 그가 활동한 시기가 1980년대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제는 그것을 잊어줄 법도 한데 사실이 그렇지가 않다.


심형래는 지난 1999년 영화 ‘용가리’로 ‘신지식인’의 반열이 오른다. 응당 아무렇지도 않을 이 일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유는 바로 그가 ‘영구’라는 바보캐릭터를 연기한 사람이었기 때문. 바보가 지식인이 되다니. 그것도 ‘신’ 지식인이. 영구의 캐릭터가 얼마나 강했으면 ‘바보=영구=심형래’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였을까. 그만큼 그의 바보 연기는 독보적이었다. 당시 심형래가 만든 “띠리리 디디디”와 “영구 없다”라는 유행어는 날것 그대로 말해 “이 말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기에 충분했다.


영구의 계보를 이른 캐릭터가 바로 '맹구' 이창훈이다. 지금까지도 그는 후배 개그맨들의 성대모사와 패러디의 대상으로 손꼽힌다. 평상시 이창훈의 말투를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맹구 특유의 ‘꼬인’ 말투와 흐느적거리는 몸짓은 둘째로 해 두더라도 여기저기서 차례로 들은 이야기를 순서를 엉망으로 배열해 뱉어내는 그의 개그는 이전까지 맞고 쓰러지고 하는 바보캐릭터들의 개그에 일대 변환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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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창훈의 맹구 캐릭터는 심현섭에 의해 다시 한번 부활된다. 심현섭은 KBS2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에서 자신만의 강점인 성대모사로 이창훈의 맹구를 완벽하게 재연해 냈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는 맹구의 바보 캐릭터에 애드리브라는 색을 입혀 자신만의 독창적인 맹구를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사전에 계획된 상황이 아닌 순간순간 무대위에서 즉흥적으로 보여 지는 연기가 심현섭이 연기한 맹구의 특징이었다.


이밖에 영구 맹구에 이어 등장한 '구'자 돌림의 캐릭터는 ‘개그콘서트’의 ‘집으로’ 코너에서의 대구와 빡구, ‘봉숭아 학당’에서의 멍구 땡구가 있다. 김대희가 열연한 대구는 현재 빡구에게 그 자리를 내어줬으며 대구의 바통을 이어 받은 빡구 윤성호는 “하지마~”라는 유행어와 날씬한 다리를 선보여 웃음을 유발하는 신종 ‘각선미 개그’를 탄생시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봉숭아 학당의 멍구 조수원과 땡구 이상구 역시 ‘구’자 돌림 바보 캐릭터로 ‘절대 안돼 개그’를 선보이고 있다. “병아리 사서 집에서 키우면 절대 안돼” “흰색 띠를 둘러맨 아저씨들이 어른들 가져다주라고 내미는 봉투 받아서는 절대 안돼”라는 대사에 안 되는 이유를 “닭돼” “엄마가 다가져”등으로 어이없이 설명해 평범한 이유를 피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개그맨들이 ‘구’자 돌림의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콘서트‘의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김석현PD는 "개그맨들이 '구'자 돌림으로 바보 캐릭터의 이름을 짓는 것은 영구의 이미지가 크기 때문"이라며 "선배 캐릭터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김PD는 “영구 맹구의 강한 이미지로 인해 '구'자가 들어가면 시청자들에게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바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편리함으로 개그맨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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