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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낯', 진짜 낯설었던 '無감미' 드라마

'천낯', 진짜 낯설었던 '無감미' 드라마

발행 :

이규창 기자

SBS 월화미니시리즈 '천국보다 낯선'(극본 조정화ㆍ연출 김종혁)이 19일 4.4%의 시청률(TNS 전국)로 조용히 막을 내렸다. 제목 만큼이나 시청자들에겐 낯설었던 이 드라마는, 심심하고 담백한 음식처럼 이벤트나 극단적인 설정이 없는 '무(無)감미' 드라마로 남았다.


△ 예상 가능한 결말.. 반전 없이 끝났다

캐나다 입양아 출신 변호사로 애정결핍으로 인한 콤플렉스를 가진 남자 윤재(이성재 분)와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김해숙 분)를 부양하느라 생활고에 지치고 오랜 깡패 생활을 청산하고 선택한 연예인 매니저라는 직업에서조차 주먹을 써야하는 산호(엄태웅 분) 두 형제의 이야기다.


산호가 자신을 현실에서 구해줄 '천국'으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윤재를 친형제라 속이며 한국으로 꼬여낼 때부터 진한 '형제애'는 시작된다. 윤재는 자신이 기대했던 천국, 어머니를 만났지만 알츠하이머에 걸린 복자는 생각했던 천국보다 낯설다.


산호는 매니저로, 윤재는 우연으로 엮이게 된 가수 희란(김민정 분) 역시 자신에게 상처를 남긴 가족과 악덕 계약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기획사 사장(손병호 분)으로 인해 결핍을 안고 산다.


세 남녀의 만남은 필연처럼 삼각관계로 이어지지만, 큰 사건 없이 윤재와 희란이 맺어지고 산호와는 가족으로 남게 된다. 연예인의 전속계약 문제로 빚어진 갈등과 위기, 윤재의 친모 등장, 희란의 난치병 등 자극적인 반전을 줄 만한 요소들도 큰 이변 없이 물 흐르듯 녹아 내리며 결말을 맺었다.


△ 형제애, 가족, 어머니.. 이제는 낡은 코드

연출자인 김종혁 PD는 "가족의 요소는 피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가족애'를 자극적인 요소 없이 무난한 감정의 흐름으로 그리려했던 연출자의 의도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하기에는 너무 담백했다.


언제부턴가 미니시리즈가 다루는 남녀간의 트렌디한 사랑에는 특별한 이벤트와 극한 상황, 멋부리는 대사들이 필수 요소로 등장해왔다. 이런 맛깔스러운 조미료가 없는 이 드라마에 3%의 시청자들은 꾸준한 지지를 보냈다.


SBS 드라마넷의 시청률과 다른 드라마보다 유난히 높은 인터넷 VOD 조회수는 마니아 시청자들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3%의 지상파 시청률은 일반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40%대 시청률을 기록중인 MBC '주몽'의 존재는 10%의 벽조차 넘기 힘들 만큼 타 방송사의 경쟁 드라마들을 압박하고 있다. '101번째 프러포즈'가 종영할 당시만 해도 "저조한 시청률"이라던 업계 관계자들이 오히려 "선방했다"고 뒤늦은 평가를 할 만큼 힘겨운 싸움이었다.


△ 조연까지 17㎏ 감량.. "노력 담았으니 후회 없다"

매 장면마다 감정을 절제하며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끌었던 연출자의 의도는 마지막회까지 이어졌다. 김종혁 PD는 "저조한 시청률이 배우와 스태프의 기운을 빼앗았지만 누구 하나 분위기를 헤치지 않았다"며 감사해 했다.


이성재 엄태웅 등 주연배우들을 비롯해 굳이 웃기려 들지 않았던 이 드라마의 감초 연기자들도 제 몫에 최선을 다했다. 조 실장 역으로 감초 연기를 펼친 10년차 중견 배우는, 비중이 크지 않아 주목도가 떨어지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극중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17㎏나 감량하는 노력을 보였다.


이영철 촬영감독은 "매일 밤을 새다시피 촬영을 했지만, 누구 하나 흐트러지거나 불평을 하는 사람이 없으니 나 역시 편해 보려는 생각을 하기 힘들었다"며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력에 대해 평가했다.


한편 19일 오후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천국보다 낯선'의 종방연은 위로와 자축을 겸하는 자리가 됐지만, 여느 인기 드라마에 못지않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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