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자들의 오열 연기가 리얼해졌다. 통곡도 이런 통곡이 없다 싶을 정도로 얼굴을 우그러뜨리며 엉엉 울어버린다.
예전같으면 카메라를 향해 눈물을 뚝뚝 흘리거나, 아니면 줄줄 흘리거나, 그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눈물 연기'였다면 이제는 눈물도 '격하게' 흘리는 것이 열연이 기준이 된 듯 하다.
SBS '연인'에서는 두 여배우의 오열연기 대결은 치열함을 넘어섰다. 극중 강재(이서진 분)의 아이를 가진 유진 역의 김규리는 아이를 유산한 후 미주(김정은 분)에게 강재를 뺐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눈물을 흘린다.
이어 산부인과를 찾아간 유진은 유산된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를 물으며 태명도 만들지 못했다며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으며 오열한다. 예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도 마다않고 슬픈 울음을 토해낸다.
김정은은 20일 방송에서 김규리의 오열 연기에 대적할 만한 울음을 보여줬다. 자신이 좋아하는 강재가 옆집에 사는 유진의 집 문앞에서 "결혼하자"가 외치는 목소리를 들은 김정은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목메어 운다. 입을 벌리고 '어어어어~' 소리를 내며 가슴 속에서 울려나오는 울음을 운다.
이러한 리얼 울음 연기는 비단 '연인'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SBS 특별기획 '게임의 여왕'에서 중견배우 한진희는 나이든 남자가 보여줄 수 있는 온갖 회한의 통곡을 한다. 자신이 저지른 복수가 결국 사진의 딸 은설(이보영 분)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게 된 것을 알게 된 그는 무너져 내리며 꺽꺽 울음을 토해냈다.
케이블채널 OCN 오리지널 드라마 '썸데이'에서 이진욱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는 연기를 선보였다. 극중 자신의 아버지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청년의 부모로부터 용서를 받은 그는 그동안의 설움이 복받친 듯, 무모해 보일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울어버린다.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도 그림 같은 눈물은 없다. MBC '90일, 사랑한 시간'의 강지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옛사랑 미연(김하늘 분)의 품안에서 죽어가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온 얼굴을 통해 고통을 보여준다. 그 울음은 지독히 사실적이면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렇게 브라운관에 넘쳐나는 리얼한 오열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고 극을 환기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오열이 반복될수록 과장된 느낌에 싫증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듯. '연기를 위한 연기'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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