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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딸은 영원히 우리곁에서 숨쉴 겁니다

당신의 딸은 영원히 우리곁에서 숨쉴 겁니다

발행 :

김관명 기자

[김관명칼럼]

사진

이렇게 허망할 수가 있습니까. 교통사고도 모자라 스물여섯, 그 채 피지도 못한 운명을 이렇게 매몰차게 앗아갈 수 있습니까. 그 아름다운 딸 이름 '김' '형' '은' 앞에 이렇게 간단히 고(故)자를 붙여도 되는 겁니까.


기자 생활을 15년 정도 하면서 참으로 많은 빈소를 가봤습니다. 폐암으로 끝내 불귀의 객이 되신 고 이주일 선생님, 그렇게나 수줍은 목소리로 기자의 질문에 답해주시던 고 조소혜 선생님, 병원 계단에서 인터뷰한 지 불과 며칠 후에 운명을 달리하신 고 손창호 형님..그리고 무려 29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참사 당시 합동빈소가 마련된 군산 공설운동장의 그 비릿한 냄새.


그러나 당신처럼, 어린 자식 먼저 보낸 참척의 슬픔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또한 '힘내시라'고 감히 말을 건넬 수 있겠습니까. 시인 정지용의 애송시 '유리창1'을 다시 읽어봅니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ㅅ새처럼 날러갔구나'(부분)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당신은 어른으로서 어른다움을 보여주셨습니다. 같은 날 함께 사고를 당했던 심진화가 10일 새벽 빈소를 찾아왔을 때, 깁스를 하고 있어 절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그녀가 오열할 때, 당신은 그러셨습니다. "빨리 퇴원하라"고. 어느 어른이 자신의 슬픔을 뒤로하고 이렇게 크나큰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런지요.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17일이 악몽처럼 떠오릅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미녀삼총사' 김형은 장경희 심진화가 중태라는 소식, "김형은은 현재 많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후배기자의 잇단 보고.. 이후에도 절망처럼 밀려온 수술 및 심폐소생 시도 소식, 그리고 어머니도 많이 편찮으시므로 혹여 기사 쓸 때 주의를 요망한다는 관계자의 부탁.


그리고 이날 새벽3시. "김형은이 결국 숨을 거뒀다"는 후배기자의 다급한 전화는 그저 한 딸 아이의 평범한 아버지로서 기자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난 예인들은 저 세상에 가도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산다는 것을. 김일우 최무룡 독고성 김진규 이주일 김순철 문오장 이진수 손창호 이미경 길은정 서재호..그들은 갔지만 그들의 영화는, 노래는, 드라마는 영원히 남는다는 것. 그리고 따님 김형은양도 '미녀삼총사'로 영원히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 숨쉴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결코 그들을 이처럼 허망히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듭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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