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제4회가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하얀거탑'의 시청률은 14.7%(TNS미디어코리아 집계)였다. 20부작 중 4회에서 이 정도 수치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드라마의 화제성에 비하면 많이 아쉬운 수치다. 아무래도 동시간대 경쟁작 KBS1 '대조영'(20.5%)의 터줏대감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얀거탑'의 향후 갈등구도를 살펴보면 이 드라마가 화제성만큼이나 시청률에서도 수위를 달릴 것은 그야말로 시간싸움으로 보인다. 가장 볼 만한 싸움거리는 역시 김명민(장준혁 교수) 대 차인표(노민국 교수)의 대결이고, 이를 둘러싼 김창완(우용길 부원장) 이정길(이주완 외과과장) 이희도(유필상 의사회회장)간의 얽히고 설킨 갈등관계도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여기에 한 명, 빠질 수 없는 연기자가 있다. 바로 극중 명인대 병리학 오경환 석좌교수로 나오는 중견연기자 변희봉이다. 시청자들도 공감하겠지만 극중 오경환 교수처럼 할 말 다하면서도 아버지같은 믿음과 인격, 전문가로서의 꼼꼼함과 옹고집을 내보일 캐릭터로는 역시 변희봉이 제격이다.
변희봉이 누구인가. "그가 나오는 영화는 최소한 기본은 한다"는 충무로 속설이 있을 정도로 작품 선구안 좋기로 유명한 배우가 아닌가. 2003년 최고의 흥행작 '살인의 추억'도, 2006년 최고의 흥행작 '괴물'도 그 없이는 불가능했다. 남루한 수사반장 없는 '살인의 추억'과 인정많은 아버지 없는 '괴물'이 가능할까. 복싱사범으로 나온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는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4회까지 방송된 '하얀거탑'에서 오경환 교수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형편. 다만 최도영 내과부교수(이선균)와 뜻을 같이하는, 병원내 실세는 아니지만 참의사를 대표하는 선한 그룹으로 분류되는 정도이다.
하지만 극 흐름으로 봤을 때 오경환 교수가 향후 있을 외과과장 선출투표를 놓고 소위 '킹메이커' 역할을 담당할 것은 분명하다. 극중 그는 김명민에게 "내 표는 1표"라고 잘라말했지만, 병원내에서 그의 인망을 좇는 후배 교수들이 많아 그의 의중에 따라 차기 외과과장의 얼굴이 달라진다. 오경환 교수의 '포섭'을 놓고 이주완 과장과 우용길 부원장이 심하게 머리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여기에 우용길 부원장과 짝짜궁이 된 유필상 의사회장(이희도)이 오경환 교수의 약점을 적극 이용할 예정이어서, 변희봉은 단지 드라마의 무게중심을 넘어 드라마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괴물' 열풍의 한가운데 있던 그가 드라마 '하얀거탑'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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