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쭉한 목소리에 특유의 박력있는 코믹 연기를 구사하는 탤런트 이계인(55)이 35년 연기 인생에 있어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시청률 50%를 오르내리는 인기 드라마 '주몽'에 출연하며 그의 삶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철기방 대장 모팔모로 '주몽' 최고 조연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열연을 펼친 그는 CF 출연, 생애 첫 팬미팅 개최, 주말 예능프로그램 고정 출연 등 웬만한 신세대 스타들의 인기 부럽지 않을 활동을 하고 있다. '주몽'이 끝나기 무섭게 SBS '연개소문'에도 곧바로 합류해야 한다.
'주몽'의 막바지 촬영에 여념이 없는 요즘 촬영 현장을 찾아 그를 만났다. 요즘 같이 배우로서 연예인으로서 사랑받아본 적이 없을 법한 그지만 애써 흐뭇한 미소를 감추려는 듯 했다. 그리고 오랜 연예계 생활과 그 사이 짧지 않았던 방황의 시기로 체득한 듯 뼈 있는 한마디도 남겼다. 누구나 영원할 수는 없다고, 찾아주지 않을 때는 조용히 떠나야 하는 것이 배우라고 말이다.
# 비가 기분 나빠 하겠는데
-예능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기분은 어떤가.
▶내가 젊었든 나이를 먹었든 진솔하게 다가가니 그런 점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버라이어티 쇼라고 해서 꾸미고 과장하기 보다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통해 모르는 것은 모르는대로 표현했던 것이 우스꽝스럽게 보였나 보다.
-그동안 이런 끼를 어떻게 감추고 살았나.
▶감추기 보다는 기회도 별로 없었고 내가 맡은 배역들이 좀 그랬지 않았나. 20대 때 범죄자 반항아 연기부터 30대 들어 홀아비 역을 맡았는데 연기자는 어떤 배역을 하느냐에 따라 평상시 생활도 그런 분위기가 된다. 그러니 나는 수십년 동안 웃음을 줄 수 없었다.
-지난해 말 '연기대상' 때 비를 패러디한 '비계인'도 화제다. 뒤늦게 보여준 끼가 보통이 아니다.
▶이 나이에 그런 것을 찍자고 하면 안 할 수도 있지만 비가 CF에서 하는 것이 복싱의 기초 동작을 가미한 것이라 내가 자신있게 패러디할 수 있었다. 기대는 전혀 안하고 잠깐 재미를 주기 위해 한 것인데 예상 외로 화제가 된 것 같다. 왜 자꾸 가만있는 자기를 가지고 그러냐고 비가 기분 나빠 하겠다. 하하.
# 인기? 누구나 영원할 수 없지
-'주몽'은 연기인생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드라마로 남을 것 같다.
▶의미까지 찾기는 그렇고 기대했던 바도 아니다. 지금까지 늘 그런 조연을 맡아 왔고 '주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렇게 파장이 클 줄 누가 알았겠나.
-모팔모와 같은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배역이 잘 맞는 것 같은데.
▶나 스스로 맞다고 판단할 수는 없고 모든 것이 시기가 잘 맞아 내 역할도 두드러졌던 것 같다. 사실 모팔모를 나름대로 재밌게 해보려고 연구도 하고 설정은 해봤다. 하지만 모팔모에 맞게 당위성을 심는 것이 힘들었다. 너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과장된 설정은 연기자에게 치명적인손실이 될 수 있다.
-모팔모가 인기를 얻어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바뀌었겠다.
▶하하. 그런 것은 내가 제일 먼저 느낀다. 예전에는 아파트 엘레베이터 안에서 만나면 사람들이 내 눈빛만 보고 피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애들까지 마구 달려와 쿡쿡 찌르고 내 목소리를 흉내내기도 한다.
-한동안 공백기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바쁘게 다음 작품에 들어가게 돼 인기를 입증하는 것 같다.
▶누구나 영원할 수 없다. 비록 '주몽'에서 호감을 얻었지만 '연개소문'에서는 비호감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요즘 인기라는 것도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다.

-배우로서 스타로서 인생관이 남다른 것 같다. 후배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느 연기자든 한가지 배역이 끝나면 그것으로 끝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자기 생각일 뿐 남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주몽'이라는 드라마도 나를 필요로 해서 내가 모팔모가 된 것이지, 내가 하고싶다고 된 것은 아니었다.
배우든 연예인이든 누구나 자신의 한계는 있다. 나 역시 그런 것을 잘 안다. 대중이 좋아해 주는 한 그 속에서 충실하는 것이다. 스스로 너무 큰 것을 기대하면 부담으로 다가간다. 연기자 자신이 제일 먼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더이상 미련을 두지 말아야지. 박수칠 때 떠날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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