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무상'. 우리는 죽음을 먼 나라 이야기쯤으로 생각한다. 죽음은 항상 우리의 삶에 드리워져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영원히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320여년 전 서포 김만중은 '구운몽'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인생무상'을 설파한 바가 있다. 속세에서 그토록 원하는 돈과 명예, 아름다운 여인과 맛있는 음식은 한갓 허망한 꿈과 같다는 것이 그가 노모를 위로하기 위해 지은 책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다.
화제를 모은 MBC 주말드라마 '하얀거탑'(극본 이기원, 연출 안판석)이 11일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담관암에 걸린 장준혁(김명민 분)이 끝내 눈을 감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한 죽은 뒤 발견된 자신의 병리해부 의견서에는 암의 조기 발견 및 치료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신을 기증한 사실이 밝혀져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특히 장준혁의 죽음에 "준혁아~"라고 부르짓는 최도영의 모습과 장준혁의 어머니(정형숙 분)가 의국원들에 둘러싸여 장준혁을 보내는 장면은 보는 이를 더욱 가슴아프게 했다.
'하얀거탑'은 그동안 의학드라마가 보여준 흰 가운 입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에서 한 걸음 비켜나 끝없는 야망을 향해 질주하는 한 천재 외과의사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냈다.
정교수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장준혁이 의국내 다양한 파벌 속에서 정교수 자리를 위해 벌이는 위험한 줄타기와 의료 사고 후 그려지는 법정 다툼을 수술신 장면과 버무려 현실감 나게 잘 표현했다.
특히 '하얀거탑'은 의료계의 현실과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고매한 '의사선생님'들이 아닌 '인간의사'로서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의국내 의사들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이합집산 등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뤄졌던 의사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하얀거탑'은 성공가도를 달리던 장준혁의 종말을 죽음으로 그려내면서 '구운몽'의 주제처럼 명예와 욕망을 쫓는 인간의 '인생무상'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장준혁을 열연한 김명민은 "좋은 드라마에 참여해서 영광"이라며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선균 역시 "너무 좋은 작품이어서 잊지 못할 것 같다"면서 "휴유증이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촬영에 임한 소감을 밝혔다.
한편 마지막 방송 후 시청자들은 해당드라마 게시판에 "장준혁의 죽음에 가슴이 아프다"며 "좋은 드라마 보여준 제작진과 출연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네티즌들은 "김명민의 연기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출연배우들 모두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나기를 희망한다. 큰 감동을 가득 안고 돌아간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