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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TV사극엔 늘 이 여인들이 있다

조선 TV사극엔 늘 이 여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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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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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로 2회가 방송된 SBS 월화사극 '왕과 나'. 화면의 때깔로 보나, 중요대사 나올 때의 화면 클로즈업으로 보나 역시 '용의 눈물' '여인천하'의 김재형 PD 작품이다. 대개의 사극 초반이 그렇지만 '왕과 나' 역시 지금은 아역천하. 주인공 김처선의 아역 주민수를 비롯해, 훗날 폐비윤씨가 되는 소화의 아역 박보영, 성종 자을산군의 아역 유승호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수렴청정과 장녹수, 장희빈이 대표하듯 조선의 구중궁궐은 유난히 여인의 힘이 셌다. 이를 배경으로 한 TV사극 역시 여인들을 전면에 내세웠고 이는 곧바로 시청률 견인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했다. '여인천하'에서 도지원이 표독하게 내뱉은 "뭬야?", '장희빈'에서 정선경이 온몸으로 거부했던 사약은 지금도 귀와 눈에 쟁쟁하다.


'왕과 나'에서도 백전노장 전인화가 더이상 극적인 삶을 살 수 없었던 인수대비 역을 맡아 파란만장한 앞날을 벌써부터 슬그머니 예고했다. 훗날 지금의 소화는 이 인수대비에 의해 폐비가 될 터. 과연 그 많고 많았던 조선 궁중사극에서 지금도 시청자 뇌리에 강렬히 남아있는 여인들은 누가 있을까.


원경왕후 민씨('용의 눈물' 최명길)


1996년 방송됐던 KBS '용의 눈물'은 물론 태종 이방원의 드라마였고 그 역을 맡았던 유동근의 드라마였다. 그러나 이방원이 두 차례의 왕자의 난을 치러내고 아비인 태조 이성계(고 김무생)마저 거역했을 때, 그 와중을 지근에서 돕다 결국 팽당한 이가 바로 부인 원경왕후 민씨(최명길)였다.


최명길은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직언으로 남편 이방원을 잡고 조종하고 버리고 했던 민씨 역에 최적임이었다. 더욱이 방송 당시 실제 남편 김한길은 대선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기에 화제는 더욱 폭발했다. 원경왕후는 또한 오빠 2명이 남편에 의해 제거되는 참변을 겪어야 했던 비운의 인물이기도 했다.


인수대비('왕과 비' 채시라, '왕과 나' 전인화)


방송중인 '왕과 나'의 전인화를 떠올리면 된다. 훗날 성종이 되는 자을산군의 어머니. 남편(의경세자, 세조의 아들)이 요절한 후 지금 방송에선 사가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들 성종을 부추겨 연산군의 생모이자 자신의 며느리인 윤씨(지금의 윤소화)를 폐비하는 데 앞장선다. 요즘말로 거칠게 말하면 고부갈등이 극에 달했던 셈이다.


1998년 방송됐던 KBS '왕과 비'에선 채시라가 연산군 역의 안재모와 치열한 연기대결을 펼쳤다. 노대의 주름살 분장이 압권! 한편 시기적으로 한명회 시대 후반부와 겹치는 까닭에 한명회의 활약상을 다룬 다른 사극에도 이 인수대비는 어김없이 나온다. MBC '조선왕조 500년-설중매'에선 고두심이, KBS '한명회'에선 김영란이 인수대비 역을 맡았다.


폐비윤씨('왕과 비' 김성령, '왕과 나' 구혜선)


인수대비, 성종, 연산군과 떼어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폐비 윤씨다. 후궁으로 성종의 총애를 받다가 왕비까지 되고 세자(연산군)까지 낳았으나, 질투가 심해 결국 성종과 시어머니 인수대비에 의해 폐비됐다. 잘 알려진대로 이는 훗날 연산군의 엄청난 살생극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 역 정진영의 분노를 떠올려보시라.


'왕과 비'에서는 김성령이 규방출입이 잦던 남편 성종(이진우)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낸 것이 화근으로 그려졌다. 아들 연산군으로는 안재모가 나왔다. 앞으로 '왕과 나'에서 구혜선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것도 일일극 '열아홉순정'속 옌볜처녀 구혜선의 변신이.


장녹수('장녹수' 박지영)


사실 장녹수는 90년대 중반때만 해도 장희빈 그늘에 가려 TV사극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러다 1995년 KBS가 박지영 주연의 '장녹수'를 방송하면서 본격 조명이 시작됐다. 하여간 노비였다가 연산군 눈에 들어 내명부 종4품인 숙원을 거쳐 종3품인 숙용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중종반정직후 연산군의 패륜을 부추긴 혐의로 목이 잘렸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강성연이 곱게 열연한 배역이 바로 장녹수다.


95년 KBS '장녹수'의 박지영은 장녹수의 틀을 잡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입술미인' 박지영의 목욕신은 장안의 화제를 일으키며 여성사극 붐을 조성했다. 연산군은 유동근이 맡았다. 참고로 95년은 가히 조선 궁궐사극의 전성기였다. KBS에선 '장녹수'에 이어 '서궁'이 잇따라 방송됐고 SBS에선 '장희빈'이 전파를 탔다. 물론 핵심은 궁중여인들의 암투와 그들을 앞세운 사대부들의 권력다툼이었다.


인목대비('서궁' 이보희)


우선 인목대비가 누구인가. 선조의 두번째 부인으로 영창대군을 낳으며 총애를 받았지만, 문제는 세자인 광해군과 대립했다는 거. 결국 그 아끼던 아들 영창대군이 이복형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후 사약을 받아 죽고 자신은 폐비돼 지금의 덕수궁에 유폐됐으니 그곳이 바로 서궁이다. 그러나 훗날 인조반정이 성공하면서 다시 대왕대비로 복귀했다.


'서궁' 하면 인목대비고 '인목대비' 하면 이보희일 정도로 1995년 방송됐던 KBS 사극 '서궁'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서궁'은 이러한 시대를 배경으로 광해군(김규철)과 인목대비(이보희), 그리고 개똥이(이영애)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훗날 2003년 방송됐던 SBS '왕의 여자'의 모티프가 됐다.


정난정('여인천하' 강수연)


중종 시기로 접어들면 역시 SBS '여인천하'가 대세다. 2001년에 방송된 이 드라마에는 무엇보다 제목 그대로 강수연(정난정) 전인화(문정왕후) 도지원(경빈박씨) 등 거물급 연기 달인들이 출연, 기대를 한껏 높였었다. 그 중심에 선 남자 중종 역은 최종환이 열연했다.


우선 당시 세도가 윤원형('여인천하'에서는 이덕화)의 첩이었던 '요부' 정난정. 윤원형의 누이가 바로 중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였으니 그녀의 권력 또한 막강했다. 문정왕후의 총애를 받으며 권세를 부렸고 승려 보우를 문정왕후에 소개한 주인공. 그러나 문정왕후 사후엔 역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드라마에선 그녀가 비밀리에 건넨 치부책으로 문정왕후가 기사회생하는 이야기가 큰 화제를 모았다.


경빈 박씨('여인천하' 도지원)


파란만장하기로는 중종의 후궁 경빈 박씨를 빼놓을 수 없다. 한때 복성군을 비롯해 1남2녀를 낳으며 총애를 받다가 결국 자식 셋과 함께 폐출됐고 사약을 받아 죽었다. 도지원이 말끝마다 내던진 "뭬야?"는 한명회(정진)의 "이 손 안에 있소이다"와 함께 사극이 만들어낸 최대 유행어로 꼽힌다.


문정왕후('여인천하' 전인화)


중종의 세번째 부인이자 명종의 어머니가 바로 문정왕후다. 8년간의 수렴청정, 승려 보우의 총애 등으로 이미 국사교과서에 여러번 언급된 인물. '여인천하'를 통해서는 정난정에게 '정경부인' 직첩을 내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사극의 달인 전인화가 열연했다.


참고로 유동근의 아내 전인화는 이 문정왕후 역을 비롯해 방송중인 '왕과 나'에서 인수대비, 88년 '조선왕조 오백년-인현왕후'에서 장희빈 등 사극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연기자 중의 한 명이다.


인현왕후('여인열전-장희빈' 이혜숙(1982), '조선왕조 오백년-인현왕후' 박순애(1988), '장희빈' 김원희(1995), '장희빈' 박선영(2003))


조선 궁중사극이 다룬 최대의 라이벌 여성을 꼽으라면 역시 인현왕후 대 장희빈이다. 그만큼 아무나 이 두 배역을 맡을 수는 없었고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캐스팅되곤 했다. 대개 착하고 눈물 많은 이는 인현왕후, 못되고 욕심많은 이는 장희빈으로 그려졌지만, 정선경의 장희빈(1995 SBS '장희빈')은 어느정도 눈물도 많고 한도 많은 여인으로 부각됐다.


인현왕후는 잘 알려진대로 숙종의 두번째 부인. 후궁이었던 장희빈이 아들(균)을 낳은 후 장희빈을 투기했다는 모함을 받아 서인으로 강등됐다. 이후 갑술환국으로 복귀했지만 결국 35세에 요절하고 만 비운의 여성이다. 드라마에선 언제나 표독한 장희빈을 몇번이고 용서하고 궁에서 살게 해준 따뜻한 성품으로 그려졌다. 캐스팅된 배우도 이혜숙 박순애 김원희(코믹배우 변신 전의) 박선영 등 눈물 연기의 달인들이다.


장희빈('여인열전-장희빈' 이미숙(1982), '조선왕조 오백년-인현왕후' 전인화(1988), '장희빈' 정선경(1995), '장희빈' 김혜수(2003))


수많은 장희빈 중에서 그 표독한 전형성을 세운 배우는 역시 1982년 방송됐던 MBC '여인열전-장희빈'의 이미숙이다. 당시 인현왕후 역을 맡았던 박순애를 극중에서 얼마나 괴롭히고 눈물짓게 했던지 시청자들의 원성을 꽤나 사야했다. 정선경이 연기한 장희빈도 미움을 많이 받았다. 역사속 장희빈은 잘 알려진대로 숙종의 후궁으로 들어와 소의, 희빈을 거쳐 왕비에까지 오른 야심만만녀이다.


혜경궁 홍씨('대왕의 길' 홍리나)


조선시대를 산 비운의 인물로는 역시 정조의 어머니이자 '한중록'의 주인공 혜경궁 홍씨를 빼놓을 수 없다. 시아버지 영조의 손에 남편 사도세자가 죽는 것을 봐야했으니 말 다했다. 1998년 방송된 MBC 사극 '대왕의 길'에선 혜경궁 홍씨 역의 홍리나가 자기보다 어린 시어머니(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에게 회초리를 맞는 장면으로 모든 것이 요약됐다. 정순왕후는 당시 17세의 아역 이인혜가 맡았다. 오는 9월17일부터 방송되는 MBC 새 사극 '이산'에선 견미리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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