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사극을 보게될 것이다."
지난달 열린 KBS 2TV 새 대하사극 '대왕세종'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와 연출자는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이제 첫 2편이 방송된 '대왕세종'은 당시의 자신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조용히 증명했다.
궁중 살인사건과 왕자 실종사건으로 시작한 첫 회는 미스터리 추리극의 형식을 빌려 긴박감이 더해졌고, 자유로운 카메라 워크와 결해진 대사 역시 눈썰미 좋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끌어냈다. 시청률도 높아 첫회부터 20%를 돌파하는 등 대박 조짐이 보인다.
종영한 '대조영'에서 보듯 KBS 대하사극은 남성적인 힘이 가득한 경우가 많았다. '대조영', '불멸의 이순신', '태조왕건' 등은 대규모 전투신과 이를 호령하는 장수에게 무게가 쏠렸다. 호통과 액션이 주를 이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왕세종'의 배경은 전쟁이 수습된 조선 초, 배경에 맞춰 드라마는 보다 섬세해지고 유연해졌다.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를 집필한 윤선주 작가는 '불멸의 이순신'의 묵직함에 '황진이'의 현대적인 맛을 녹여넣은 느낌이다.
'태조왕건'의 궁예로 남성적인 정통 사극의 힘을 보여준 바 있는 태종 역의 김영철은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중간"이라는 말로 직접 체험한 '대왕세종'을 설명했다.
"그래서", "왜" 라고 똑똑 끊어 신하들을 다그치는 태종의 말투는 현재의 말과 별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카리스마 있는 군주의 개성도 함께 드러낸다. 속도감도 상당하다. 제작진은 사극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며 '여봐라∼ 밖에 누구 있느냐∼' 식의 늘어지는 사극 말투를 쏙 빼버렸다.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격식을 무시하지는 않는다"는 게 그 기준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대왕세종'은 퓨전보다는 정통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궁중을 배경삼아 세종대왕 집권기를 조명한 본격 정치사극인 탓이다. 대신 제작진은 세종기의 알려지지 않은 단면을 통해 흥미를 더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셋째왕자 충녕대군이 세자로 책봉돼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우여곡절만 해도 얼마나 복잡했겠는지 생각해 보라고 제작진은 주문한다.
김성근 PD는 "드라마를 준비하면 알게 된 세종 시기에 대해 우리가 가장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이 '당시가 태평성대'라는 것"이라며 "당시는 새 왕조가 세워진 지 20∼30년밖에 되지 않아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후에 세종대왕이 다스려 가면서 차차 안정이 되어가는 과정을 정치드라마의 색채로 그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