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혼이혼, 황혼재혼도 많다. 그것은 불륜이 아니다. 제2의 인생이다."
가문의 종손으로 아내와 사별하고 30년을 혼자 살아 온 남자. 그 남자의 구애에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싫다는 여자. 여자의 50번 째 생일에 축배를 들이키고 어찌어찌하다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 남자는 결혼을 원하지만 여자는 아이를 지웠다고 말한다. 남자는 크게 실망하고 여자에게 차갑게 대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둘이 결혼한다.
SBS 주말드라마 '가문의 영광'(극본 정지우ㆍ 연출 박영수)에서 '중년 로맨스'로 한창 가슴앓이 중인 석호(서인석 분)와 인영(나영희 분)이 드디어 '혼례'를 올린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계동 인촌 김성수 생가에서 전통혼례장면을 촬영하기 직전 이들을 만났다.
'가문의 영광'에서 서인석이 맡은 석호는 손자까지 있는 중년 남자로 영인과 '속도 위반'을 하는 등 기존에 드라마의 중년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씨'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서인석에게 드라마에서 얼마 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거냐고 물어봤다. 결혼이란 게 드라마에서 청춘남녀의 전유물이다 보니 중년 배우에게 결혼식 장면 촬영은 흔치 않다.
"80년대 원미경 씨 등과 드라마에서 결혼식을 올린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재혼으로 결혼식을 하게 됐다. 전통혼례는 사극 할 때 해봤다."
석호는 하씨 가문의 종손으로 아버지(신구 분)의 말에 늘 순종하며 엄숙하게 살지만 우연찮게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을 위해 아버지의 말을 거역한다.
"종가종부집은 재혼이라도 여자는 미혼이어야 한다. 영인(나영희 분)이라는 인물의 50세 생일 때 임신이 됐다. 석호(서인석 분)가 인간의 생명에 대해 존엄성을 갖고 있기도 하고 극중 딸인 단아가 설득해서 애를 지우지 않았다. 극 중 결혼식은 어른들 몰래 숨어서 하는 거다. 원래는 종택에 내려가서 어른들의 허락을 받고 해야 한다."
석호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30 여 년을 홀로 살았다. 서인석은 그런 석호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실제 상황이라면 재혼해야 한다. 절충이 필요하다. 현대와 타협해야지 어떻게 고집스럽게 그럴 수 있나. 옛 것도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가문의 영광'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각자 생(生)을 찾아라. 그러면서 가문을 지키라'는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영인을 재혼 상대로 점찍은 석호는 영인이 아프면 죽을 쑤어주고 앞치마를 두르고 집안 청소를 해주는 등 '부드러운 50대 싱글남'이다.
"아무리 근엄해도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난 우리 집안에서도 종손이다. 형제가 아들 셋에 딸 둘 이렇게 5남매인데 동생들이 내 앞에서 담배도 안 피고 술 마실 때도 술잔을 돌리고 마신다. 그렇다 보니 형제들과 대화할 때도 사무적으로 말하게 되더라. 습관이 돼서 집사람과 얘기할 때도 간혹 그럴 때가 있는데 집사람이 '왜 나한테도 그러냐'고 토라지면 드라마처럼 '여보, 왜 이래'하며 애교를 떤다.(웃음)"
서인석은 중년의 50대 남녀가 아이를 갖고 재혼하는 것에 대해 불륜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황혼이혼, 황혼재혼도 많다. 그것은 불륜이 아니다. '가문의 영광'이 제2의 인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옛날에 사별하면 그냥 홀로 살아가지 재혼은 입 밖에도 꺼낼 수 없었다. 우리 어머니도 혼자 사시다 돌아가셨다.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 농담이긴 하지만 살아볼 만큼 살았으니 바꿔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하하."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