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 이런 유머가 있다. 제목은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점’이다.
첫째, 샤워 후 아가씨는 수건을 몸에 감고, 아줌마는 머리에 감는다. “볼테면 봐!”
둘째, 버스 탈 때 아가씨는 카드나 지갑을 대지만, 아줌마는 가방을 댄다. “삑~ 카드를 다시 대주세요!”
셋째, 헬스장의 멋진 코치를 보면 아가씨는 예쁜 척을 하지만, 아줌마는 가슴팍을 찔러본다. “호호, 넘 좋다!”
쩝, 이런 내용인데... 이 글을 읽는 아줌마 여러분들 기분 좀 거시기하지 않나? 솔직히 요즘은 아가씨 뺨 서너대는 우습게 칠 정도로 동안인 아줌마들이 워낙 많아서 ‘아가씨, 아줌마... 어쩌구, 저쩌구...’하는 게 더 촌스러운 거 아닌가.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 짝꿍이랑 책상에 줄 긋듯이 아줌마, 아가씨 줄을 팍팍 그어대냐~하면 이유는 이렇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꽃보다 남자’의 F4로 너나할 것 없이 다들 난리인데, F4가 젊은 아가씨들한테 꽃남이라면, 중년 아줌마들의 꽃남은 따로 있다란 기사에서 이 남자, 이필모가 정중앙에 딱 꽂혀있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드라마 속에서 훈훈하고 유들유들한 캐릭터 때문에 그가 중년 아줌마들의 ‘꽃남’이란다. 그런데, 실제로 그는 젊은 아가씨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매력덩어리란 긴급 정보를 접수했다. 자자, 그렇담 그 매력 속으로, 고고고~!
얼마 전 젊은 아가씨 작가들이 녹화 전 사전 인터뷰로 그를 만났다. 그에 대한 그녀들의 한 마디 평가를 먼저 공개하자면, ‘자신을 있어보이게 포장하지 않은 배우는 난생 처음’이란다. 그 동안 그녀들이 만난 배우들은 성격이 좋건, 나쁘건, 솔직하건, 아니건에 상관없이 어느 정도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다는 걸 느꼈는데, 이필모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터뷰 장소는 시내의 한 카페였다. 인터뷰 중에 ‘개인기가 있나?’하는 질문을 하자, 이필모는 자신있게 ‘있다’고 대답을 하며 얼굴이 완전히 망가지는 모습으로 ‘토끼코’를 만들더란다. 그 곳에는 사람이 꽤 많이 모여있었는데도 말이다. 너무 얼굴이 망가져보여서 그녀들의 괜찮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이 망가지는 건 상관없다고 씩씩하게 대답하더란다.
또 다시 인터뷰가 진행되기 시작하고, ‘혹시 콤플렉스는 뭔가?’하는 질문을 하자, 이번에는 자신의 독특한 이마 구조라며, 훅~하고 자신의 앞머리를 완전히 들어올리며 공개하는 게 아닌가! 그녀들이 말릴 틈도 없이 말이다. 보통의 배우들이 자신이 손질한 머리를 망가뜨리면서까지 굳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저 말로 잘 설명해줄 뿐이지. 그런데, 이필모, 이번에도 역시 ‘나는 괜찮다’며 기꺼이 보여주는 게 아닌가.
참고로,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에서 일반인들이 자신의 재주를 보여주는 오디션을 할 때도 춤이나 노래로 멋지게 보이는 건 흔쾌히 해도 망가지는 개인기를 부탁하면 망설이며 안하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러니 연예인이라 쳐다보는 시선들이 많은 장소에서 그가 망가지는 모습을 마구마구 보여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그런데, 그의 이런 모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며칠 후 녹화날이 되었고 대기실엔 꽤 많은 출연자들이 함께 있었다. 작가들이 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이필모가 어릴 때 주윤발이 우상이어서 그가 나온 장면은 거의 다 외울 정도로 봤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내는가 싶더니 그가 벌떡 일어서는 게 아닌가. 그리곤 그 장면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거다.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바바리 입고 이쑤시개 질겅질겅 씹으며 총 쏘고, 계단에서 구르고, 쓰러지고 하는 장면을 말이다. 주윤발 대사와 함께. 혹시 기억하시는가? 그 장면이 얼마나 행동이 크고 과격하고 소란스러운지를.
그의 그런 재연을 보며 제작진은 물론 다른 출연자들까지 정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대개는 ‘주윤발 영화 장면을 거의 다 외울 정도로 팬이었다’ 정도의 말만 하고, 녹화 카메라가 돌아갈 때 본격적인 재연을 보여주는 걸 다 아는 연예인들이 대기실에서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하는 그 모습에 놀라는 건 당연한 거였다.
이렇게 자신의 모든 모습을 자신있고도 열심히 보여주는 이필모에게 젊은 아가씨 작가들이 바로 팬이 되어버린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런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그는 더 이상 중년 아줌마들만의 ‘꽃남’이 아니라, 아가씨들의 ‘꽃남’이 될 수 있다 이 말씀이다.
덧붙여 한 가지 생각이 더 든다. 실제로 아무리 못 났다 하더라도 그 모습들을 아무렇지 않게, 자신있게 보여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잘난 사람이 아닐까하는. 왜? 남들에게 있어 보이려고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이야말로 자기 속에 있는 열등감을 꼭꼭 감추고 싶은 심리 때문일 테니까. 아울러 나는 어떤 부류일까, 잠깐 고민해본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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