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분들에게는 원치 않는 결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결말의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건 전적으로 제 탓입니다."
1일 종영한 '유리의 성' 최현경 작가가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최 작가는 종영 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예견이라도 한 듯 종영 한 달을 앞둔 지난 달 초 이 같은 글을 통해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마지막 회는 안 본 걸로 하겠습니다."
시청자들은 '유리의 성' 결말에 '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합하면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것인가'란 반응이다. 실제 '유리의 성' 마지막 회는 애초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와 얼마나 부합했는가하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유리의 성' 제작진은 민주(윤소이 분)와 준성(이진욱 분)의 '예정된 이혼'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대가 한창일 때 "민주가 '유리의 성'을 깨고 자신만의 꿈을 찾기 위해서는 이혼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시어머니(박원숙 분)와의 '고부갈등'은 극적장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결국, 민주와 준성은 이혼을 했다. 그리고 민주는 앵커라는 꿈을 찾았다. 불과 50회와 마지막 51회 단 2회 만에 이 모든 게 이뤄졌다.
민주가 '유리의 성'을 깨고 나온 건지 '유리의 성'에서 내쫓김을 당한건지도 살짝 애매하다. 화려하지만 모든 게 들여다보이는 재벌가를 상징하는 '유리의 성'을 민주는 깨고 나왔다기보다 남편 준성(이진욱 분)의 민주를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 따른 '이혼발표'로 '유리의 성'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유리의 성' 사람들은 그 성을 공고히 한 채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고, 아이를 얻고, 심지어 준성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약혼하기에 이른다.
민주 역시 '유리의 성'에 왜 들어갔다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스스로 앵커에 도전하고 그 꿈을 이룬다. 앵커 도전의 계기 역시 라이벌이자 친구인 주희(윤아정 분)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 계기처럼 비쳐졌다. 실상 '유리의 성'이 굳이 존재할 이유도 없는 '돌아 돌아 꿈 찾기'인 셈이다.
'유리의 성'은 막바지에 이르러 매회 30%(TNS기준)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며 주말극 수위를 다툴 만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민주가 앵커가 되는 것을 보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가 '유리의 성'을 깨고 나와 그 기세를 몰아 자신의 꿈을 찾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유리의 성'은 여전히 공고하다. 마치 세상의 진실이 그렇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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