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이 좋고 '형부' 좋고" "'등대' 밑이 어둡다" ??
듣자하니 어딘가 이상하다. '형부'는 '매부', '등대'는 '등잔'이 돼야 한다. 이 모두는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의 깜찍한 푼수 최은경의 대사들이다. 최은경은 물론이고 '꽃남'의 구준표와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 등 엉터리 지식을 늘어놓길 마다않는 푼수 캐릭터들이 안방 극장에서 극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는 인기리에 방송중인 KBS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구준표(이민호 분)이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의 어엿한 상속자지만 부족한 기본 지식 때문에 창피를 당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속담이나 사자성어가 나올 때면 번번이 여자친구 금잔디(구혜선 분)에게 창피를 당한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로'가 되는구나', '기차 '염통'을 삶아 먹었나', '누가 잠자는 '늑대'의 콧털을 건드리냐' 등등 그의 입을 거쳐 망가진 속담도 여럿. '사필귀정'이 '사팔귀정'으로, '삼십육계'가 '삼십팔계'가 되기도 한다.
구준표의 이같은 엉터리 사자성어는 CF의 소재로 사용되기까지 했다. 이민호는 최근 촬영한 제과 CF에서 '감언이설'을 '감자이설'이라고 우기며 특유의 엉뚱한 매력을 과시했다.
MBC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는 있는 척, 가진 척, 배운 척 하는 최은경 전 아나운서의 캐릭터가 구준표와 일맥상통한다. 덕분에 최은경은 촬영장에서 '여자 구준표'로 통한다.
극중 최은경이 말했던 '누이좋고 형부좋고'를 비롯해 '도랑치고 조개잡고', '믿는 토끼에 콧등 물린다' 등등은 이미 시트콤 팬 사이에서 회자되며 웃음을 안기고 있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각종 방송을 통해 지적인 매력을 과시하던 최은경인 탓에 웃음이 배가된다.
김남주는 MBC 새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배운 것 없지만 각종 잔머리와 아첨에 능한 아줌마 천지애로 분해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첫 방송에서는 "1등 아니면 안 만난다"며 과학고 학생과의 미팅을 거절하려다 "그게 다 전교 1등만 모아놓은 학교"라는 설명에 혹하는 푼수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해냈다.
시청자들은 "부족함이 있어 더 매력적"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구준표 역 이민호에 대해서는 "완벽한 재벌 3세였다면 이토록 끌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의 매력은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자들도 모두 인정하는 바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모든 것이 완벽한 캐릭터보다는 실수도 하고, 부족함도 있는 인간적인 캐릭터가 보다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 마련"이라며 "의외의 곳에서 터지는 웃음과 유머 덕택에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억지스런 실수담이라면 거부감을 끌 수도 있겠지만, 듣고 보면 잠시 '어 이상하다' 생각하게 만드는 생활속의 자연스런 유머가 담겼다"며 "덕분에 '등대 밑이 어두운 게 맞긴 맞다'며 최은경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도 나온다"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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