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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점령한 드라마·가요·예능..주인은 어디로?

손님이 점령한 드라마·가요·예능..주인은 어디로?

발행 :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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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했다. 요즘 대중문화판이 꼭 그렇다. 예능인들이 부른 노래가 가요음원차트 톱10에 대거 포진하고, 신작 드라마엔 어김없이 아이돌 가수들이 주요 배역을 맡는다. 예능에서 웃기는 건 개그맨이 아니라 배우나 가수들이다. 좋게 말하면 스타들의 장르를 불문한 크로스오버이지만, 안좋게 보면 기존 터줏대감들이 대중문화 소비자들에게 그만큼 환심을 못샀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이런 주객전도 현상에서 득을 보는 건 일부 톱스타들뿐이라는 것, 그리고 손해를 보는 건 대다수 직업 연기자-가수-개그맨이라는 것.


우선 요즘 가요계는 '무한도전'이 꽉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2일 '듀엣가요제' 방송 직후 명카드라이브(박명수, 제시카)의 '냉면', 퓨처라이거(유재석, 타이거JK, 윤미래)의 '렛츠 댄스'(Let's Dance) 등이 톱 10을 석권, 가요계 파란을 일으켰다. 유재석은 이 기세를 몰아 18일 '음악중심'에도 출연했다. 29일 현재에도 멜론 차트에서 '냉면'은 2위, '렛츠 댄스'는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정도면 '아이 돈트 케어'의 2NE1(1위)과 '소원을 말해봐'의 소녀시대(6위) 등 대표 걸그룹을 정면에서 위협하는 수준이다.


아이돌 가수들의 드라마 출연은 그 정도를 더하고 있다. 올 초 KBS '꽃보다 남자'의 SS501 김현중이 F4로 변신, 큰 인기를 모은데 이어 최근 40%대 시청률로 종영한 SBS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는 직업 연기자 못지않은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승기는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도 '허당' 캐릭터로 입지를 굳혀 '일요일 시청률 70%의 사나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밖에 27일 첫방송한 SBS '드림'에선 손담비, 올 연말 방송예정인 '파라다이스 목장'에선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을 볼 수 있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9월 방송예정인 MBC '맨땅에 헤딩'에 2군 프로축구선수로, 영웅재중은 10월 방송예정인 한일합작 드라마 '텔레시네마'의 '천국의 우편배달부'편에 주연으로 출연한다. SBS를 통해 방송될 '텔레시네마'의 '나의 19세'편에는 빅뱅의 탑과 승리가 나온다. 탑은 10월 KBS '아이리스'에서도 볼 수 있다.


직업 개그맨과 MC 군단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던 예능에서도 배우들과 가수들은 맹활약하고 있다. 때로는 기존 개그맨이나 MC보다 더 웃기고 순발력도 세다. '1박2일'의 MC몽, '무한도전'의 전진과 길을 비롯해 '패밀리가 떴다'의 박시연 박해진, '골드미스가 간다'의 양정아 예지원 장윤정이 대표적. 이밖에 '남자의 자격'에선 부활의 김태원, '세바퀴'에선 백두산의 윤현상과 중견연기자 김동현 임예진이 초절정의 폭소를 선사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단 각 장르의 이종교배 흐름과 아이돌 스타들의 광범위한 득세와 맞물려 있다. '라디오스타'가 고품격(?) 음악전문 프로를 표방하며 가수들을 집중적으로 섭외하는 것도, '오빠밴드'가 기타리스트 정모, 작곡가 유영석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러한 장르간 이종교배와 무관치 않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일밤'이 소녀시대의 폭발적 인기에 편승하려 한 것이나, 엠넷의 '2NE1 TV'가 케이블 시청률 대박을 낸 것도 지난해 말부터 거세게 인 걸그룹의 득세 덕분이다.


드라마 시장의 침체로 톱배우들의 출연료가 1500만원으로 묶인 점도 한 몫 한다. 톱스타를 거느린 연예기획사 입장에선 '코디비 교통비 밥값 모두 빼면 적자'라고 아우성이지만, 드라마를 만드는 외주제작사 입장에선 '1500만원으로 묶어도 적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기존 출연등급이 매겨진 직업 연기자들의 출연을 꺼려하거나 출연료를 대폭 삭감, 결과적으로 출연을 막고 있다. 30대 톱스타급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을 드라마나 영화가 없다는 얘기가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만난 한 중견연기자는 "1500만원 상한이 문제가 아니다. 모 제작사로부터 드라마 출연제의가 들어왔는데 내가 기존에 받았던 출연료의 30%만 받고 나와달라는 것이었다. 30% 삭감이 아니라 70% 삭감이다. 눈 딱 감고 출연할 수도 있었지만 이후 내 출연료가 그렇게 고정될까봐 결국은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일부 아이돌 스타와 예능본능을 감춰둔 톱스타를 제외하고는 대중문화의 이같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에서 벗어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이름난 예능MC들이나 배우들이 본업인 코미디로 선회하거나 연극무대-뮤지컬로 활동영역을 다각화하는 것은 그나마 행복한 경우다. 특히 단기 캐릭터로 승부를 냈던 대다수 공개 코미디 출연 개그맨들은 갈 데가 없다. 해당 코너가 폐지되면 더이상 그 캐릭터로는 '명함'을 유지할 수 없는데다 기존 예능프로는 톱MC와 가수 배우 '손님'이 꽁꽁 틀어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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