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속 조연들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더 이상 주연을 뒷받침하기 위한 존재, 신인이나 무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드라마 조연이 아니다.
최근 뮤지컬, 영화, 시트콤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젊은 배우들이 대거 드라마 조연으로 합류했다. 투철한 도전 정신으로 무대를 넘나들며 나름의 노하우와 내공을 쌓아 왔다.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에서 자기만의 개성을 십분 발휘해 극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들은 '명품 조연'의 세대교체를 주도, 주연에 버금가는 관심을 받으며 극의 전개에 힘을 싣고 있다.
◆ 손짓 연기까지 섬세한 정성화
뮤지컬에서 주연급 배우로 입지를 굳힌 정성화는 MBC '개인의 취향'에서 이민호가 맡은 주인공 전진호의 친구 노상준 역으로 안방극장에 복귀, 드라마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상준은 본의 아니게 가짜 커밍아웃을 하게 돼 게이 흉내를 내는 상황에 처한 인물. 이에 정성화는 공채 개그맨 출신의 유머감각을 십분 발휘,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가짜라기엔 너무도 섬세한 그의 게이 행세에 시청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언니, 여기 비데 없어"라며 화장지를 챙겨주고 심각한 순간에는 가운데 손가락에만 힘을 줘 살짝 이마를 짚어준다.
"나 이제 어떡해, 게이 흉내에 중독됐나봐"라고 외치는 상준의 신들린 '게이 행세' 연기는 시청자들도 중독 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 흥행 보증 조연 조은지
충무로에서도 손꼽히는 '명품 조연' 조은지가 '개인의 취향'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얼굴을 비쳤다.
조은지는 극중 주인공 손예진의 절친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이영선 역을 맡았다. 영선은 정성화가 연기하고 있는 상준이 게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두 사람 사 이에 다소 코믹스러운 상황이 연출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상준에게 비타민과 화장품을 잔뜩 챙겨다 주며 다정하게 대하는 영선. 상준은 차마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더욱 오버해 게이 행세에 몰입한다.
조은지가 조연으로 등장한 드라마나 영화중에는 유독 대박을 기록한 작품이 많다. KBS 2TV '꽃보다 아름 다워', SBS '파리의 연인'이나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이 그렇다. 그녀가 조연으로 나서면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코믹 감초계의 새바람 이광수
MBC 월화드라마 '동이'에 출연중인 이광수도 코믹 캐릭터를 잘 살린 장악원 악사 영달 역으로 드라마를 빛내고 있다. 영달은 동이 역의 한효주 곁에서 물심양면을 도우며 방패막이가 돼 주는 오빠 같은 존재다.
이번 작품으로 첫 정극에 도전한 그는 감독의 요청에 모델시절부터 5년간 길러온 수염까지 밀었다. 말끔해진 모습으로 주목도 받았지만 특유의 장난스러운 말투와 표정은 여전하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변신 후 출연한 작품이 모두 시트콤이었다. MBC '그분이 오신다', '지붕뚫고 하이킥' 에서 선보인 개성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광수는 가장 자신 있는 역할 범위 안에서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 가는 똑똑한 조연이다.
◆ 떠오르는 블루칩 조진웅
영화계에서 감초 역할로 잔뼈가 굵은 조진웅은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조진웅은 KBS 2TV '추노'의 듬직한 장수 곽한섬과 '솔약국집 아들들'의 철없는 홀아비 부르터스 역에 이어, MBC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에서 바람둥이 재벌 2세 장호 역까지 소화해내며 드라마 '명품 조연'에 등극했다.
장호는 강타의 부모를 죽인 원수 중 한 명인 장용회장의 아들로 다혈질에 폭력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 그 간 거칠지만 마음 따뜻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조진웅에겐 악역으로의 연기 변신인 셈이다.
드라마로 다시 한 번 연기력을 검증받은 조진웅은 본 활동 무대였던 충무로에서도 다시금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 주·조연을 넘나드는 카리스마 한고은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에서 절세의 미모와 처세술을 지닌 비비안 캐슬로 분한 한고은도 카리스마있는 연기로 시청자를 압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극 중 장호 역의 조진웅과 함께 러브라인을 형성, 어설픈 커플연기에 코믹연기까지 함께 선보이고 있다.
한고은은 그 간 대하사극, 가족드라마, 정통 멜로,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 미녀 스타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 명품이라 는 수식어가 절로 붙는 조연 연기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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