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괘씸죄? 표적심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또다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이번 징계가 확정된다면 방심위 출범 이후 무려 10번째 징계가 된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심위 소의원회 회의에서는 지난달 방송된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과 관련한 징계 문제가 논의됐다. 방심위 측은 당시 등장한 차량 폭파 장면 등의 위험성과 청소년 모방 가능성을 지적했고, '무한도전' 사화경 CP와 김태호 PD가 의견진술에 나섰다. 최종 징계 여부는 다음달 3일 열리는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방심위는 2008년 출범 이후 유독 '무한도전'에 대해 날선 심의 잣대를 적용하며 무려 9번에 걸쳐 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 정도면 '표적 심의'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이번 징계 방침은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경고를 의결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나왔다.
이를 두고 '무한도전'이 괘씸죄에 걸린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무한도전' 측은 지난달 방심위가 '품위유지'를 문제삼자 자막을 통해 '품위유지'를 언급하는 등 이를 풍자한 바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무한도전' 특유의 태도가 방심위의 심기를 건드린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심위의 '무한도전' 징계는 유난스러운 데가 있다. 지난달 국감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방심위가 한해 평균 3번 수준의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시청자 다수가 무한도전을 '좋은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상반된 결과"라며 "행정권 남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이어 "모든 제재의 이유로 '품위유지'가 등장하는데 이 조항은 뉴스와 시사보도 채널을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에 적용될 수 있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조항이다. '무한도전' 심의 사례를 봐도 '품위유지'에 대한 기준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징계 이유도 가지가지다. 방심위는 그간 방송언어, 품위유지, 간접광고 등등의 조항이 돌아가며 크고작은 징계를 내렸다. 일례로 지난달 29일 경고를 내렸을 당시에는 소위원회에서는 거론도 되지 않았던 간접광고 문제를 슬쩍 끼워넣어 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이번에는 자동차 폭파 장면을 문제삼았다. 예능 프로그램에 폭파 장면이 등장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방송에 폭파 장면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전례가 없다.
심지어 이번 징계 대상이 된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은 희미해져 가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정교한 기획으로 시청자 사이에서 찬사가 쏟아진 바 있다. 정체불명의 남자가 제시하는 미션을 소화하는 긴박한 구성 속에 일본의 역사왜곡 사례 등을 담아내며 재미와 의미는 물론 정보까지 절묘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폭파 장면 또한 전에 없던 시도로 신선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왜 하필이면 '무한도전', 그것도 '스피드 특집'이었을까. 이대로라면 방심위가 프로그램의 좋은 의미는 애써 외면한 채 꼬투리 잡기에 몰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방심위가 전체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더욱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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