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 '나도 가수다'가 종영을 앞둔 가운데, 이제 막 패러디의 감을 잡아가고 있던 터라 이별이 더욱 아쉬운 '김경혹' 유도균(27)과 '개미' 이지수(28)를 만났다.
'신인 아님'이라는 설명과 함께 '나도 가수다'에 등장한 김경혹, 유도균은 2007년 MBC 1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유정승. 1983년생으로'개그야'에서 '유정승의 재발견', '최국은 연예인' 등의 코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갑자기 이름이 바꾸고 김경혹으로 등장한 그는 '정승'이라는 이름이 개그맨으로 활동하기엔 조금 무겁다는 말을 듣고 예명을 '도균'으로 바꿨다. 유도균은 "오히려 도균이라는 이름이 외우기 더 어렵다는 반응도 있지만, 덕분에 김경혹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 한다"라며 웃음 지었다.
그는 선배 개그맨 정성호(정재범 역)의 권유로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게 됐다. 유도균은 "정성호 선배가 실제로 '나는 가수다'에 김경호씨 매니저로 들어가게 됐는데, 옆모습이나 다크써클이 저랑 많이 닮았다고 하시면서 준비해 보라고 하시더라. 곁에서 보시고 느낀 특징을 잡아서 많이 코치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2009년 MBC 18기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개그야'나 '하땅사' 등의 MBC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약해 왔으나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지수 역시 선배 개그맨들의 권유로 개미가 됐다.
이지수는 "정명옥 선배가 거미 연습해 봐 하셨다. 정성호 선배도 외모도 조금 닮은 것 같다고 한 번 연습해 보라고 격려해 주셔서 패러디에 도전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무명시절을 겪었던 두 사람에게 이번 '나도 가수다' 출연은 큰 경험이었고,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두 사람은 '나도 가수다'를 통해 새로운 개그를 펼칠 원동력을 얻었다. MBC 코미디의 가능성도 엿봤다.
유도균은 "사실 MBC 코미디 프로그램이 신설과 폐지와 반복하면서 저도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생활고 때문에 그만두는 친구도 많고. 특히 개그맨은 유명한 개그맨과 그렇지 않은 개그맨 차이가 큰 것 같다"라고 힘들었던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이번 '나도 가수다' 출연이 제게 그런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나도 가수다'는 늦은 시간대에도 불구 화제를 일으키며 파장을 일으켰고,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MBC 코미디의 가능성에 희망을 드러냈다.
패러디는 거의 처음이라는 두 사람이기에 상대방의 특징을 잡아내고 그것을 개그로 승화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유도균은 "4옥타브 넘나드는 김경호씨 노래를 따라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가수도 아닌데 성대결절이 와 병원에도 다녔다. 녹화 전에도 연습을 계속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 가수들이 맞는다는 주사를 맞고, 약도 먹었다. 가끔 촬영장에 가면 코미디 프로그램인지 오디션 프로그램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다리에 깁스를 하고 인터뷰를 하러온 이지수 역시 "무대에서 거미가 춤을 추는 장면을 과도하게 따라하다가 발목을 삐끗했다"라며 "'나도 가수다' 출연한 이후 신경을 많이 썼더니 체중이 3kg이 빠졌다"라고 밝혀 기자를 놀라게 했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성대결절과 다리 깁스 얘기를 꼭 넣어 달라. '나도 가수다'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음을 강조해 달라"고 웃으며 말해, 감출 수 없는 열정과 개그본능을 엿보게 했다.

김경호과 거미 말고도 도전해 보고 싶은 가수가 있는지 묻자, 유도균은 "말투가 개성이 있는 것 같다"라며 윤도현, 이지수도 "음색이 독특하다"라며 자우림의 김윤아를 꼽았다.
"그렇다면 라이벌로 생각하는 출연자는 누구냐"는 물음에 유도균은 "라이벌이라기 보단 롤모델이다. 패러디에 탁월한 감각이 있어 특징을 자연스럽게 자기 것으로 소화한다"라며 정성호를 선택했다. 이지수는 방정현과 일순이로 활약한 정명옥을 언급하며 "집중력이 높고 개성을 잘 잡아 표현하신다. 저도 라이벌이라기 보단 닮고 싶은 선배이다"라고 답했다.
'나도 가수다'는 오는 23일 크리스마스 특집을 끝으로 코너의 막을 내린다. 제작진은 "'나도 가수다'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다른 코너들에 비해 오래 방송이 됐다. 시청자들에게 또 새로운 코너들을 보여드리고, 아이템 개발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코너를 12월까지만 방송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제야 뭔가를 보여줄 준비가 됐는데, 두 사람으로선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도균은 "'나도 가수다'가 지금은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너무 장기화되면 지루해 보일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달래며 "다양한 코너와 형식을 보여드리는 것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중요한 것 같다"고 담담히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언젠가 저만의 색을 가진 코너를 하고 싶다. 개그도 사실 패턴이 있다. 이 세상에 처음 생긴 코미디는 없다고 하더라. 그러나 나 밖에 소화할 수 없는 개그를 해 보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성공해서 '제가 김경혹 했던 걔야?'하고 기억을 해 주시게 된다면 무척 반갑고 기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지수 역시 "집에서 샤워하면서도 늘 거미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아쉽다"라면서도 "이후에도 새 코너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라며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당부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