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주에 갇혀 굶어 죽는 사도세자 이선(이제훈 분)의 비극적인 죽음은 손자를 지키기 위한 영조(한석규 분)의 결단이었다.
9일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선이 역모를 꾀한다는 오해를 받고 이로 인해 영조와 갈등의 골이 극대화된 모습을 담았다. 이와 함께 결코 끊을 수 없는 부자간의 인연이 드러나면서 비극적인 결말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선은 역모를 꾀했던 죄인들과 천민, 양인들이 함께 기거하는 서재를 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역모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이선은 차기 지존이 될 인물이긴 하지만 현재 지존인 영조에 반하는 무리를 지지하고, 그들을 지키려했다는 것만으로도 노론에게 공격을 받을 계기를 줬던 것.
이선의 행각을 알게 된 영조는 분노했지만, 곧 아들 이선을 지키기 위해 고민했다. 그리고 고뇌 끝에 모든 배후를 다른 신하들의 탓으로 돌리고 이선은 이들의 출신을 모른 채 학문을 위해 서재를 조성한 죄만 물어 폐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세손 이산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산이 역모 주도자로 몰릴 경우 이산 마저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이선이 폐위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하려 한 것.
그러나 노론은 "폐위만으로 안 된다"며 "불온의 싹을 잘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조는 "천륜을 저버리고, 내 손으로 아들을 죽이라는 말이냐"고 반박했지만 노론의 뜻을 쉽게 꺾지 못했다.
"세자를 죽여야 한다"는 노론의 주장에 영조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영조에게 해결책을 제시한 인물이 혜경궁 홍씨(박은빈 분)의 아버지 홍봉한(김명국 분)이었다. 홍봉한은 "세손을 살리기 위해 국본을 죽여야 한다"고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세자를 죽인 후 세손까지 제거하려한 노론의 입장을 영조에게 전한 것.
결국 영조는 노론의 수장 김상로(김하균 분)에게 "세자를 보내고 세손에게 보위를 물려줄 것"이라며 "단 세손은 세자의 아들이 아닌 과인의 아들로 입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은 물러서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영조의 단호한 태도에 김상로는 "중신들을 설득하겠다"고 물러섰다.
이선 역시 이산의 안위를 걱정하며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이선은 자신을 위해 궁을 습격한 서재의 무리들도 직접 척결했다. 영조를 처단할 기회도 있었지만 이선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면서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며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을 전했다.
"어렵다"는 평가와 다소 느슨한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았던 '비밀의 문'이었다. 특히나 영조와 이선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극대화하려 강력한 왕권을 지향하는 영조, 신분의 귀천이 없는 공평한 세상을 주창하는 세자 이선을 내세운 설정은 "무리수"라는 반감을 얻었다.
여기에 프로야구 중계방송까지 겹치면서 편성마저 뒤죽박죽으로 엉키면서 시청률은 하향곡선을 그러야만 했다.
그렇지만 '비밀의 문'의 마지막은 이전까지 아쉬움을 남겨버릴 만큼 묵직했고, 몰입도 있는 전개를 선보였다. 조선시대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정치적인 갈등과 부성애로 풀어내는데 성공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아들에 대한 실망, 그럼에도 아들을 살리고 싶은 아비의 마음과 그의 핏줄을 지키기 위해 카리스마를 내뿜는 군주 영조는 한석규 그 자체였다. 이산을 지키기 위해 이선을 죽여야 하는 가혹한 운명을 폭넓게 그려내는 한석규의 연기는 '비밀의 문'을 마지막까지 지탱한 구심점이 됐다.
이제훈 역시 신하들의 죽음을 보는 안타까움과 노론에 대한 분노, 여기에 아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감내하는 이선을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대본과 연출, 연기자들의 합이 어우러지면서 '비밀의 문'은 사도세자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감동적으로 풀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여운 있는 결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비밀의 문' 후속으로는 조재현, 김래원, 김아중 주연의 '펀치'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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