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주말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완전한 비극도, 완전한 희극도 없었다. 다만 '덧없다 하지 마라, 인생이 그런 것을'이라는 말과 함께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21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에서 김숙자(강부자 분)는 아들 유경호(송승환 분)와 하명란(정재순 분)이 이혼한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지만 이내 이혼을 허락했다.
즐겁게 노래방을 다녀왔던 김숙자의 남편 유종철(이순재 분)은 같은 날 죽자고 약속한 다음 날 갑자기 죽음을 맞았고, 김숙자는 정신을 놓아버렸다. 이후 김숙자의 생일을 맞아 모든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이들은 슬프지만 기쁜, 지극히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며 극을 마쳤다.
방송에서는 인물들의 행복한 모습만 그려지지 않았다. 극 초반 남편의 혼외 자식, 불륜에 잠자리 거부 등 아이를 그토록 기다리다가 불행한 사고까지 당했던 유세희(윤소이 분)는 '막장 없는 드라마'라는 처음의 기획의도와 엇나가는 면이 많았다.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저게 막장이 아니면 뭐냐", "저런 놈을 어떻게 용서하냐"는 등 뼈아픈 말을 던졌다. 하지만 사고 이후 유세희는 남편과의 사랑을 재확인하며 용서하는 계기를 얻었으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모든 엄마와 딸들을 눈물 짓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유종철은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철없는 모습이었다. 아내 앞에서 젊은 여자들과 노래방에서 춤추고 놀면서도 "같은 날 함께 죽자"는 말을 남겼지만, 비극적이게도 그 말을 한 다음 날 새벽에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먹다가 죽음을 맞았다.
슬프면서도 어이없는 죽음과 관련된 설정에 시청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한혜경(김해숙 분)의 '덧없는 것이 인생이다'는 담담한 말처럼 그래도 일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갔다.
김숙자는 자식들 앞에서는 "네 아버지 복 많이 받으셨다"며 별것 아닌 일처럼 대했지만, 정작 자식들이 자리를 비우자 남편을 끌어안고 통곡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한 김숙자는 정신까지 놓아버려 치매 증상을 보였다.
김숙자의 생일을 맞아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철없기만 한 부잣집 아가씨 유리(왕지혜 분)는 유세현(조한선 분)과 결국 결혼에 골인해 아이까지 안고 나타났으며, 이나영(남규리 분)은 유세준(정해인 분)이 결혼반지를 잃어버린 일로 노발대발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역시 아이를 안고 나타났다.
혼전순결을 고집하던 유소희(신소율 분)도 이때만큼은 배가 부른 임산부로 등장했다. 유소희가 결혼하면 당장 이혼하겠다던 하명란과 유경호는 정말 이혼도장을 찍고 갈라섰지만 한집 살림을 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였다.
한혜경의 말처럼 '덧없다 하지 마라, 인생이 그런 것을'이라는 말과 맞는 엔딩이었다. 모두 웃고 있지만 누군가는 그 자리에 없고, 저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김수현 작가의 복귀작이자 '막장없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표어로 내걸었던 '그래 그런거야'는 순항하는 듯 했으나 한 자리수의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종영 논란 등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된 시니어 세대를 다룬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와 비교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를 처음부터 묵묵히 지켜본 애청자들은 가족들이 많이 생각났던 따뜻한 드라마였고, 감동적인 드라마였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 말이 아니었을까. "인생이 원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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