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드라마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의 딸로 유명세를 탔던 아역 배우가 표독스런 악녀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흔들어 놓았다. 배우 하승리(23)가 그 주인공이다.
하승리는 오는 11월 2일 종영을 앞둔 KBS 1TV 일일드라마 '내일도 맑음'에서 황지은 역으로 출연했다. 황지은은 미모, 학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커리어우먼이지만 이모 윤진희(심혜진 분)의 딸 수정(강하늬)의 실종에 연관되어 있다. 세월이 지나 강하늬(설인아 분)가 수정임을 알게 됐지만, 이모가 딸 수정을 찾는 것을 방해한다. 또 하늬에게 온갖 못된 짓을 일삼는 악녀로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내일도 맑음'에서 악녀로 그간 청순하고 발랄했던 이미지를 걷어내고 '배우 하승리'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하승리를 스타뉴스가 만났다. 지난 5월 7일 첫 방송부터 6개월 간 황지은으로 지낸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년 가까이 황지은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소감은 어떤가.
▶ 좋은 선배, 스태프들과 현장에서 즐겁게 지냈고 많이 배웠다. 하하, 호호 웃으면서 일해서 좋았다.
-배우가 즐겁게 느낀 현장과 달리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좋지 만은 않았다. '막장'이라고 하고, '악녀'라며 적잖은 악성 댓글도 있었다.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 캐릭터에 대해 욕하시는 분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 재미있게 받아들인다. 연기를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더 잘해야 겠다'고 마음 먹고 했다. 작품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제가 낙천적인 성격이라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극중 황지은 캐릭터와 달리 하승리는 웃음이 굉장히 많은데, 촬영 때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 맞다. 현장에서 정말 많이 웃어서 혼나기도 했다. 성격 때문에 그렇다.
-즐겁게 느낀 현장이었지만,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다.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 한 캐릭터를 오랫동안 하게 되면, 어느 날은 한 감정선에 오래 빠져 있다. 우울한 감정선이 있었는데, 그게 한 달이나 갔다. 연기지만 그게 현실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예민해지고, 지치고,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다.
-악역을 소화함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는가.
▶ 차분하긴 한데, 평소 웃음이 많다. 극중 캐릭터는 도도한 모습을 유지해야 하고, 화도 내고, 못된 짓을 하려고 하면서 멈칫 해야 하는 것 등을 보여줘야 했다. 이런 것들을 다 자제해야 하고, 웃고 싶은데 막 웃을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었다.

-감정 기복이 제법 있는 악역을 소화한 만큼 배우로 얻게 된 것도 많을 것 같다.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는가.
▶ 주연으로 한 작품을 이끌어 가는 첫 경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베테랑 선배들과 부딪히는 경험도 많았고, 연기적 스킬도 얻게 됐다. 제가 현실, 연기도 감정을 자제하는 게 많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화내는 연기가 힘들기도 했는데, 순식간에 변하는 감정의 기복 표현도 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앞으로 다양하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면도 많이 성숙해 졌다.
-악역 제안이 다시 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 할 수 있다. 다만, 지은이보다 더 노선이 확실했으면 좋겠다. 지은이는 겉으로 온갖 나쁜 짓 다 할 것 같은데, 속으로는 두려워 하기도 한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악역이었으면 한다.
-극중 대립했던 설인아와 어떤 분위기였는가.
▶ 작품 안에서 밀치고, 안 좋은 말을 내뱉었다. 실제로는 대립, 질투하는 감정은 없다.
-이번 작품에서 엄마로 만난 지수원(윤선희 역)과 함께 악행을 많이 저지르면서, 시청자들이 쓴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했는가.
▶ 지수원 선배가 자신의 딸이라고 많이 챙겨주셨다. 되게 감사했다. 선배님과 제일 가까워졌다. 연기에 대해선 선배가 "더, 확실히 욕 먹자. 우리가 다 해버리자"고 하셨다. 저 역시 그런 모습에 더 파이팅하게 됐다.
-기억에 남는 주변 반응은 없는가.
▶ 친구 어머니들이 이 드라마를 많이 보셨다. 연기 잘 한다고 하시면서도 진짜 성격 저런 거 아니냐고 얘기도 한 적이 있다고 친구한테 들었다.

-20대 이후, 배우로 활동하면서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
▶ 촬영장에서 마냥 막내인 줄 알았다. 사실 21살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다.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언니, 오빠라고 불렀던 스태프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저보다 동생이거나 동갑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기는 하지만 마냥 막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막내가 아니니까 책임감도 더 가져야 되고, 언행도 조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게 확실히 달라졌다.
-"배우 하승리"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식어가 있다. '심은하의 딸', 아역 때 출연한 '청춘의 덫'(1999년)이다. 성인 연기자로 이런 수식어가 불편하지 않은가.
▶ 저를 알리는데 있어서 아직 불편하지 않다. 제가 언젠가 지금보다 더 좋은 작품을 하면, 그것으로 저를 기억해 주실 테니 괜찮다. 애써 떨쳐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청춘의 덫'의 꼬마를 뛰어 넘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때를 기다리고 있다.
-배우 하승리의 각오, 활동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 '내일도 맑음' 이후 차기작은 결정된 게 없어서 어떤 작품으로 다시 보겠다는 말은 섣불리 못하겠다. 배우로 각오는 지금처럼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 지치고, 힘들면 잠시 쉬어가면서 꿋꿋이 견뎌내면서 연기를 하고 싶다. 다양한 도전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난 6개월 동안 시청자들께서 많은 관심 가져주신 것에 감사하다. 자기 개발을 더해서 준비된 하승리로 찾아뵙겠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