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에서도 일에서도 '열정 만수르'다. 배우 민우혁(35)은 '애처가'로, 공연계를 주름잡은 배우로 괜히 알려진 게 아니다. "잠자는 시간도 아깝다"고 할 만큼 민우혁은 공과 사를 구분해 하루를 철저하게 활용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민우혁을 뮤지컬 배우로 알 것이고, 또 누군가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2'(이하 '살림남2') 속 애처가로 알 것이다. '김종욱 찾기', '레미제라블', '위키드', '아이다', '안나 카레니나', '프랑켄슈타인' 등 공연쪽에서 굵직한 작품을 해오면서도 그는 그룹 엘피지(LPG) 출신이자 방송인 이세미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까지 두 영역 모두 알차게 이끌어왔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드라마 영역에 발을 다시 들였다. 지난 2012년 MBC '천 번째 남자' 이후 무려 6년 만에 JTBC 금토드라마 '제3의 매력'으로 찾아왔다.
'제3의 매력'은 특별하지 않지만 내 눈에는 반짝거리는 서로의 '제3의 매력'에 빠진 두 남녀, 온준영(서강준 분)과 이영재(이솜 분)가 스물의 봄, 스물일곱의 여름, 서른둘의 가을과 겨울을 함께 통과하는 연애의 사계절을 그릴 12년의 연애 대서사시.
민우혁은 극중 반듯하고 소탈한 성형외과 의사 최호철로 분해 준영과 영재 사이에 끼어든 인물. 영재와의 결혼부터 아이의 죽음, 이혼까지 안타까운 과정을 연기했다.

-'제3의 매력'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았다.
▶ 처음에는 너무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욕심과 부담이 컸는데 끝나고 나니 다른 장르를 도전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드라마 도전을 통해 배우로서 성숙해진 느낌도 받았다. 뮤지컬과 드라마의 연기가 각각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드라마 연기를 하고서 뮤지컬 연기를 하니 많이 채워진 느낌을 받았다. 여유도 많이 생겼고 행복한 작업이었다. 앞으로 드라마로도 많은 작업을 해보고 싶다.
-영재와의 결혼부터 아이의 죽음, 이혼의 과정까지 보여주는 최호철 캐릭터 표현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 성공한 성형외과 원장이자 완벽한 남자로 나타났다. 나는 오로지 영재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가자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나의 행동 때문에 준영의 입장도 곤란해지고 두 사람이 나로 인해 멀어지기도 해서 연기하면서 미안하기도 했다. 일련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긴 어려웠다. 배우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연기를 했다.
-영재와 준영 사이를 흔드는 역할의 고충은 무엇이었나.
▶ 어려운 면도 있었다. 사랑하는 방식이 각자 다른데 준영에 대한 승부욕으로 다가가면 영재와 준영의 관계가 우스워질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비열하게 등장하면 영재가 흔들리는 것 자체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 같았다. 진심으로 이 여자를 사랑해보자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 상황 자체만 놓고 안좋게 보신 분들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제3의 매력'에서 가장 공감갔던 장면은?
▶ 영재, 준영, 수재 등 모든 인물에서 다 공감이 됐다. 나도 호철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연애는 상대성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나도 준영과 비슷한 연애를 했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계획적이 되고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까 고민했다. 나이가 들수록 호철이와 비슷해졌다. 호철이는 배려가 많다. 여자가 원하는 것에 잘 맞춰줄 줄 안다.
-호철이 주인공 남녀를 갈라놓기도 했지만 그 자체로는 너무 짠했던 인물 아닌가.
▶ 사랑에 있어서 다 실패를 했다. 호철이는 더 이상 사랑 못할 것 같다. 호철을 연기하면서 느낀 건데, 사랑은 계산대로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사랑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민우혁 개인으로서는 연애 상대를 볼 때 어떤 취향을 제일 크게 여겼나.
▶ 나는 그런 걸 안 본다. 취향이 처음에 잘 맞으면 그 순간에는 좋지만 나중에는 당연해져 버리는 것 같다. 나와 아내는 모든 취향에서 맞는 게 없다. 그러다가 서로 가끔 맞춰주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 반대가 만나야 좋은 것 같다. 나는 아내에게 음식 취향을 맞춰준다. 아내는 내가 일하고 힘든 상태에서 돌아오면, 자기도 힘든데 맛있는 걸 해주려 한다. 본인도 작품에 들어가서 예민해질 법도 한데 배려를 많이 해준다. 거기서 나는 감동을 받는다.
-이번 작품 보고 아내가 해준 말이 있다면.
▶ 아내가 원래 아역배우였고, 연기선생님 이었다. 우리 아내는 내가 나오는 모든 작품을 다 봤다. 환경에 적응하는 것과 힘을 좀 빼고 연기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갈수록 괜찮은 것 같다고 해줬다. 오히려 우리는 애정신도 관용적으로 봐준다. 더 집중해서 연기하라고 하더라.(웃음)

-'제3의 매력'을 하면서 아내와의 연애시절도 생각나지 않았나.
▶ 우리는 연애할 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자주 못 있다 보니 애틋하다. 그래서 일이 없는 시간에는 무조건 집에 있으려 한다. 주위에서 질투도 많이 하는데 나도 '아들 바보'라고 스스로 인정한다. 딸도 낳고 싶다.
-올해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프랑켄슈타인', 예능 '살림남2'과 '불후의 명곡', 드라마 '제3의 매력' 등 부쩍 열일하고 있는 것 같다.
▶ 체력은 괜찮다. 나는 인터뷰나 촬영이나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편하게 즐기면서 한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은데, 내가 이 일 자체를 너무 좋아한다. 배우를 안 했으면 어쩔뻔 했을까 싶다.
-무명 때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일까.
▶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일상이 너무 행복하다. 아직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상황들이 믿겨지지 않는다. 데뷔한 지 16년이 됐는데, 내 이름을 알린 건 아직 2년 밖에 안 됐다. 이전에 왜 안 됐을까 생각해봤는데 그때는 그저 멋있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만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왜 무대에 서서 연기를 하는지 생각한다.
-연기를 하면서 힘이 됐던 순간들이 있다면.
▶ 뮤지컬을 하면서 여러 편지를 받는데,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을 때 배우님의 연기를 보고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되게 감동을 받는다. 조금 더 사명감을 가지게 됐고 진지해졌다. 그게 관객들에게 통한 것 같다. 그런 걸 마음껏 펼칠 수 있었던 곳이 '불후의 명곡'이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무대를 만들어주셨고 그걸 통해서 민우혁이란 배우도 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결혼하고 나서 활동에 여유를 찾은 걸까.
▶ 오히려 결혼하고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더 조급했다. 무명의 10년 시절보다 결혼하고서가 심적으로 더 힘들었다. 그래도 아들이 배우가 된다고 하면 적극 밀어주고 싶다. 내가 배우를 하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연기 스타일은?
▶ 연기가 완성됐을 때 해보고 싶다. 아직 나는 완성이 되려면 좀 멀었다. 지금은 뭐라도 다 맡겨주시는 대로 연기해보고 싶다. 연기,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
-민우혁의 '제3의 매력'은?
▶ 앞과 뒤가 똑같은 것? 내가 뭐든 열심히 하려 하는데 주변에서는 어디서든 나타난다고 '민길동'으로 부른다. 예전에는 잠을 더 안 잤는데 소원이 있다면 잠을 안 자고 싶다. 그만큼 하고 싶은 게 많고 쓸데없이 시간을 안 보내려 한다.
-당분간의 활동 계획은?
▶ 내가 지금 너무 좋은 작품들을 하고 있다. 일단 '프랑켄슈타인' 부산공연을 해보고 생각하려 한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