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민규(31)의 얼굴은 매 장르마다 강렬하다. 모든 장면을 잡아먹는 신스틸러로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최근 tvN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과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로 동시에 코믹한 얼굴을 보여줬지만, 그에게는 '신의퀴즈4'와 '검법남녀'에서의 사이코패스 같은 무시무시한 가면도 곧잘 어울렸다.
1988년생으로 서른을 넘긴 나이지만, 김민규에게 드라마는 이제 막 발을 들인 판이다. 뒤늦게 매체에 입문한 탓인지 김민규는 부쩍 '열일의 아이콘'으로 눈에 띄는 중이다. 과거 연극 '운수 좋은날'에서 터득한 탄탄한 연기력으로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 '쌈 마이웨이', 영화 '수성못' '오장군의 발톱' 등 빠르게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다.
'계룡선녀전'은 699년 동안 계룡산에서 나무꾼의 환생을 기다리며 바리스타가 된 선녀 선옥남(문채원, 고두심 분)이 정이현(윤현민 분)과 김금(서지훈 분), 두 서방님 후보를 우연히 만나면서 과거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는 코믹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김민규는 극중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모에 촌스런 차림이지만, 예전엔 아이돌급 신선이었다고 주장하는 박신선 역을 맡았다. 구선생(안길강 분), 오선녀(황영희 분)와 함께 '신선 3인방'으로 활약했다.
김민규와 최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스타뉴스 사옥에서 tvN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 종영 후 인터뷰를 가졌다.

-'계룡선녀전'에 사전 제작부터 방영까지 오랜기간 참여한 느낌이다.
▶ 4월부터 오디션을 준비해서 12월까지 촬영했다. 긴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지금은 시원한 마음보다 아쉬움이 크다. 아직도 '계룡선녀전'은 마음 속에서 설레고 있다. 작가님의 필력 덕분에 마지막까지 박신선이 잘 살아날 수 있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어떤 반응을 많이 얻었나.
▶ 극 중 역할 이름인 '박신선'으로 많이들 불러주셨다. 댓글도 세심하게 봤는데 '가발 쓴 남자 재미있다' '미쳤다' '누구지? 왜 이제 나온 거지?'라는 반응이 감사했다. '일뜨청'('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 나오는 그 사람이라고도 알아봐 주셨다. '김민규'라는 배우라고 해주신 댓글도 너무 좋았다.
-박신선은 '계룡선녀전'에서 유독 돋보이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 독특함에 대한 끌림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부분에서 끌리는 게 있었다. 그만큼 연기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캐릭터에 처음 이입하기도 쉽지 않았겠다.
▶ 웹툰에 대한 팬층도 탄탄했고, 스토리가 가진 힘이 있었다. 드라마로 잘 만들어질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쓰신 글을 보고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코믹하게 연출하신 스타일이 좋았고, 작가님의 신선 3인방에 대한 필력이 좋았다. 웹툰에서는 신선 3인방의 비중이 적었는데 작가님께서 많이 만들어주셔서 감사했다. 처음부터 개그적인 느낌으로 연출 구상을 하셨기 때문에 저희도(신선 3인방, 김민규, 안길강, 황영희) 코믹 연기에서 부담을 덜 느꼈다.

-기존의 '신선' 이미지를 깬 허름하고 코믹한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다.
▶ 박신선의 콘셉트가 인물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정해졌다. 의상팀, 헤어팀, 분장팀 분들이 디테일을 잘 잡아주셨다. 단발머리 가발도 마찬가지다. 그런 가발을 처음 봤다. 그런데 주위에서 반응이 좋았다. '마틸다 같다' '파리지앵 같다'고 해줬는데 연기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웃음) 확실히 의상과 가발이 착장된 후 뭔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가발을 쓰면 집중이 되고 힘이 났다. 스태프들께서 주신 힘이었다.
-충청도 사투리가 너무나 맛깔났다. 원래 고향이 어딘가.
▶ 대구에서 태어났고 부산에서 7년 살다가 서울에 산 지 2년 됐다. 캐스팅이 결정된 이후 공주에 숙소를 잡고 2박 3일동안 그 곳의 시장, 마을회관 등을 돌아다니면서 마을 분들의 인터뷰를 하고 그걸 녹음해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준비는 2주 정도 됐다. 다른 거 안 하고 충청도 말만 했다. 김윤철 감독님도 사투리에 예민하시고 정확하게 표현하길 원하셨는데 충청도 사투리가 잘 담겼다니 다행이었다.
-박신선과 오선녀(황영희 분)의 러브라인은 '계룡선녀전'의 최대 반전이 아닌가.
▶ 황영희 선배님과 너무나 뜨겁게 로맨스를 그렸다.(웃음) 영희 선배님이 늘 '미안하다' 말하셨는데 나는 영광이었다. 로맨스 연기를 할 때는 불탔다. 선배님이 메이크업을 지우셔도 예쁘시다. 극 중에서나마 선배님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매체 데뷔 초반이지만 연기에 힘이 느껴진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나.
▶ 중학교 때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이후에 연기에 관심이 갔다. 봉준호 감독님의 색깔을 좋아했다. 20살 때 연영과에 들어가서 연기를 시작했다. 부산에서 연극을 하고 독립영화를 했다. '연기'는 배우가 어떻게 살아왔냐, 얼마만큼 자기 삶을 잘 느끼면서 살아왔냐가 중요한 것 같다. 아직 나는 부족한 것 같아서 더 연구를 하고싶다. 예전에 알바를 많이 해봤다. 야구장 캐릭터 인형도 써봤고 백화점 건설현장, 옷가게, 신문배달, 연극 표 돌리기 등 다양하게 경험 해봤다. 많은 걸 경험해 보면서 나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연극에 대한 애정도 느껴진다.
▶ 얼마 전에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가 20대 중반에 행복했던 얘기를 나눈 게 생각난다. 부산에서 연극했을 때 행복했다. 많이 비어져있는 상태였고, 욕심보다 열정이 컸다. 그 때의 내 모습은 지금 봐도 행복해 보인다.
-2018년 부쩍 열일한 것 같다.
▶ 2017년에 '쌈 마이웨이' '로봇이 아니야'를 하고서 2018년엔 '검법남녀' '일뜨청' '계룡선녀전'을 했다. 계속 작품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건 사실이다. 연기를 한다는 데서 나를 체크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가진 욕심을 줄이고 이 일 자체를 즐긴다면 일을 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영화 '엑스텐'이 나올텐데, 주인공(이엘리야)과 같은 소속팀의 후배 양궁 선수 역을 맡았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은가.
▶ 내 나이에 맞는 일상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다. 32살 남자가 겪는 직장에 대한 이야기, 연애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 소소한 이야기, 일상적인 인물들을 보여주고 싶다. 대중들은 내가 특별할 거라 생각하실 텐데 원래 나는 지극히 평범하다. 앞으로도 더 평범해지고 싶다. 그게 배우를 하는 최상의 이상이겠다. 밥도 잘 먹고 운동도 잘 하고 슬픔에 오롯이 머무르고 즐거움에 오롯이 머무르는 것, 그게 김민규로서의 이상이다. 쉬운 것 같지만 오히려 노력해야 하고 버텨내야 이뤄질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떠나서 작품으로 기억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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