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혈사제'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금, 토요일 TV 앞으로 불러 모은 이명우(47) PD는 작품을 끝내고 나서야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이명우 PD는 지난 4월 20일 종영한 '열혈사제'의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다혈질 가톨릭 사제 김해일(김남길 분)과 구담경찰서 형사 구대영(김성균 분)이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청률 20%를 돌파, 2019년 4월까지 방송된 SBS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흥행했다.
이명우 PD는 지난 2일 스타뉴스와 만나 '열혈사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주연 김남길부터 안창환, 음문석 등 조연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먼저 이명우 PD는 '열혈사제'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에 안도하는 한편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가 종영 후 안도한 것은 그간 '대물' '펀치' '귓솟말' 등을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각종 비리, 부조리를 묵직하게 다룬 것과 다른 형태로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 드라마가 아닌 코믹으로 사회의 어둔 면을 또 한 번 고발, 이를 응징한 이유에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기득권의 부도덕과 이에 무뎌져 있는 국민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방법은 전작과 반대로 했다. 소프트하지만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박재범 작가가 그런 부분에 있어 잘 쓴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했고, 연출 입장에서 작가의 특기를 어떻게 살려서 시청자들이 너무 부담되지 않게 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 PD는 극 초반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많이 걱정했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초반에는 '어떻게 만들었나 보자'라는 매서운 시선으로 드라마를 보는 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재미이쎄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다. '1시간이 후딱 지나갔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고 싶지만 쉽지 않다. 사실 2회(1회당 2부 방송)까지 극 중에 엄청난 사건들이 있었다. 굉장히 무거운 것들이었는데, 시청자들이 '이거 다른 거랑 똑같네. 억울한 누명을 두고 김해일 신부가 싸우겠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재미를 느끼고, 계속 볼 수 있게 만들지가 큰 숙제였다."
'열혈사제'의 극 초반에는 김해일 신부가 위엄있는 신부의 모습과 달랐다.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다혈질 성격이 극의 재미를 불어넣었다. 이 부분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주요 포인트. 그러나 정작 연출자는 초조했다.
"김해일 신부가 어디까지 웃겨야 하는지, 또 어느 선까지 가야 시청자들이 용인해줄지 쉽게 단정할 수가 없었다. 묵직한 주제 의식과 오락적 요소가 쌓였고, 6부가 지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허용 범위를 알게 됐다. 사실 극 초반에는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첫 방송 시청률이 10%를 넘을 정도로 잘 나왔는데, 그러다 퐁당 물 밑으로 빠지는 게 아닐까 싶었다."
6회가 지나고 나서, 시청자들의 재미있다는 반응에 자신감을 얻게 된 이명우 PD. 그제야 '열혈사제'의 시청자들이 더 웃을 수 있도록 연출을 해나갈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주인공을 비롯, 여러 인물들의 상황을 애드리브 형식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고.
"대본과 다르게 한 부분도 있었고, 촬영을 열심히 하고 편집해 버린 부분도 많이 있었다. 김해일을 큰 줄기로 놓고, 다른 가지들이 너무 길게 뻗어 간다 싶으면 잘랐다. 그런 부분들이 몇몇 있었다. 연출자 입장에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다 담아내면, 극의 큰 흐름을 시청자들이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과감히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이명우 PD는 이런 고민들이 주인공 김남길의 코믹 연기에도 있었다고 했다.
"사실, 김남길은 코믹을 안 해줬으면 했고 그렇게 했었다. 초반에는 현장에서 너무 코믹한 것은 컷을 했다. 그러나 조금씩 문이 열렸다. '열혈사제'가 이런 결(코믹이 있는)의 드라마라고 시청자들에게 각인되면서 부터다. 리얼하지만 코믹한 것들을 쓰게 됐다. 예를 들면 대범무역에 침투하려고 할 때, 성당에서 회의하는 신이다.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굉장히 난리법석이었다. 배우들은 이런 게 방송에 나갈 줄 몰랐다고 하는데, 제가 쓴 거다. 시청자들이 리얼함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어서 넣게 된 것이다."
이 PD가 털어놓은 연출 비하인드는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부분이었다. 웃겨야 하기보다 리얼하게 드러난 현장 상황들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이명우 PD의 선구안 덕분이었다.
'열혈사제'를 통해 코믹 장르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명우 PD. 그는 "주위에서 '이제야 너다운 연출을 했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고 털어놓았다. 무겁지 않게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던 계기가 된 '열혈사제'였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벌써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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