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snowdrop'(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얼마 전, 전두환의 죽음에 부쳐 '전두환의 시대가 과연 끝났는지 우리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드라마 '설강화' 논란을 지켜보며 기우가 아닌 현실임을 깨닫는다. 전두환 재평가에 이어 엄혹한 전두환의 시대까지 재평가하려는 시도에 비애를 느낀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이어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라며 "전두환 국가전복기의 간첩조작, 고문의 상처는 한 세기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살아 계신다"고 덧붙였다.
심 후보는 또한 "엄혹한 시대에 빛을 비추겠다면, 그 주인공은 독재정권의 안기부와 남파간첩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땀, 눈물을 흘렸던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돼야 한다"며 "이미 KBS 2TV '오월의 청춘'이라는 훌륭한 선례가 있다"고 전했다.
윤영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적 '사실'의 드라마화는 신중해야 한다"며 '설강화'에 대한 역사왜곡을 우려했다. 윤 의원은 "운동권 청년으로 위장한 남파간첩, 강직한 원칙주의자로 등장하는 안기부 요원들이라는 인물 설정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 같지만 교묘하게 비틀린 이미지를 전달한다'며 "우리 현대사에 대한 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또한 "저희 세대는 5.18 광주의 아픔 속에 군사정권과 싸우며 20대를 보내왔다"며 "전두환 정권의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친구들이 다치고, 군대에 끌려가고, '빨갱이' 라는 누명을 쓰고 잡혀가거나 스스로 죽어가는 것도 보았다. 그 모든 사실들은 역사다. 역사적 사실들은 드라마를 위한 극적 장치로 소모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어느 때 보다 커져 있다"며 "우리가 만들고 소비하는 콘텐츠를 세계가 함께 본다. 우리 스타들이 연기하는 내용을 지켜보게 될 세계인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된다"며 제작진과 방송사의 역사 인식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설강화' 역사왜곡 논란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체 이게 뭐 하는 짓들인지. 한쪽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했다고 난리를 치고, 다른 쪽에서는 간첩을 미화했다고 국보법으로 고발을 하고, 편은 다르지만 멘탈리티는 동일한 사람들. 둘 다 열린 사회의 적들이다"고 '설강화'를 둘러싼 논란을 지적했다.
진중권은 이어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로 봐라, 제발"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이다. 그 초석을 흔드는 자들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도대체 무슨 권리로 다른 시청자들의 권리를 자기들이 침해해도 된다고 믿는 건지. 징그러운 이념 깡패들의 횡포를 혐오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대학생 영초(지수 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작 단계 당시, 남파 간첩과 민주화 운동하는 여학생의 사랑을 담은 설정으로 인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JTBC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지난 18일 첫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설강화' 방영 중지를 요청하는 국민 청원은 22일 기준 3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광고계도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제작지원을 철회하는 등 '손절'에 나서고 있다. JTBC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내놨다.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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