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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했던 시기 없어"..문채원 '화양연화'를 기다리며 [★FULL인터뷰]

"마음 편했던 시기 없어"..문채원 '화양연화'를 기다리며 [★FULL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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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법쩐' 박준경 역

문채원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화려했던 시기를 일컫는다. 흔히 배우 인생의 화양연화는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을 때를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배우 문채원(37)에게 화양연화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황금빛 벼들이 여물어 가듯, 무르익어 갈수록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는, 문채원은 그런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6일 방송을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법쩐'(극본 김원석, 연출 이원태)을 통해 시청자와 만났다. 안방극장 컴백은 2020년 9월 23일 마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 연출 김철규)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법쩐'은 '법'과 결탁한 '쩐'의 카르텔에 맞서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걸고 거침없이 싸우는 '우리 편'의 이야기를 다룬 통쾌한 복수극이다.


문채원은 극 중 사법고시와 연수원 수석을 거친 엘리트 법무관 육군소령 박준경 역으로 분했다. 어머니 윤혜린(김미숙 분)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 치밀한 복수를 계획하는 박준경 역을 소화하며 기존 멜로물에서 연기한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다른 결을 보여줬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한 문채원은 박준경 캐릭터에 대해 "어디서 누굴 만나든 항상 단정하게 할 것 같은 사람"이라며 "끝까지 일관성 있게 그런 모습이 나오게 하려고 했다. 원래 성향이 모범생이긴 하나 재미는 없고 건조하고, 그렇다고 미워할만한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 걸 끝까지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문채원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문채원은 박준경과 실제 모습의 싱크로율은 그리 높지는 않다고 했다. 문채원은 "박준경은 현실에서 만나면 너무 딱딱하고 차갑고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일일 것 같다"며 "재밌고 활달한 사람이 주위에 인기가 많다고 생각한다면 준경은 그렇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을 것 같다. 나는 활달할 때도 있는데 그런 모습은 너무 극소수만 안다"고 웃었다.


문채원은 또한 "박준경은 현실에서 드문 유형의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자기 고집만 있어서 남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관성 있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난 그렇게 일관성 있기는 힘들더라. 내가 현실에서 마주했을 때 멋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처럼 이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준경을 연기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은 뭘까. 문채원은 "너무 건조해지면 사람이 생명력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 않나. 작가님이 그렇게는 원치 않았다"며 "작가님이 원하는 게 어렵더라. 건조한데 생명력은 있어야 했다. 계속 연구하면서 감독님과 작가님과 피드백을 많이 공유하면서 찍었다"고 털어놨다.


문채원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그는 이번 작품에 임하면서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는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어른들이 너무 멋있더라"며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은데 현실에선 너무 힘들더라. 한순간의 결심으로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화 속 캐릭터들이 공통된 성격이 있다.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하는데 보기에 멋있다. 박준경도 그런 캐릭터처럼 나왔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문채원은 '스포트라이트'의 홍일점 레이첼 맥아담스처럼 메이크업도 최소화했다. "데뷔 초엔 뭣 모르고 미용실에서 해주는대로 메이크업 받고 촬영할 때 빼고는 화장을 많이 하고 나온 역할은 없었어요. 이번엔 너무 최소화해서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죠. 감독님이 '멋있게 만들어 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서, 촬영 들어가서는 초반에 몇 번 찍고 금방 괜찮아졌어요. 현장에서 모니터도 할 수 있었으니까 보면서 했어요."


문채원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문채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이선균(48)과 처음 만났다. 이선균은 글로벌 사모펀드의 오너이자 투자 총괄 책임자인 은둔형 돈 장사꾼 은용 역을 맡아 극 전반을 이끌었다. 문채원은 이선균과 연기 호흡에 대한 질문에 "너무 좋았다"며 "혼자 시청자로서 관객으로서 선배님을 좋아했는데 눈앞에서 같이 연기하니까 좋았다"고 밝혔다.


문채원은 지난달 6일 진행된 '법쩐' 제작발표회에서 "이선균 선배님과 꼭 같이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작품 출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문채원은 이선균에 대해 "되게 사람 냄새 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역할을 할 때 보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잘 어울리시는 것 같다. 현장에서 같이 연기할 때도 좋았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그게 시너지가 돼서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채원은 평소 상상하던 이선균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너무 기대하면 실망하는 것도 있을텐데, 제가 생각했던 느낌과 많이 비슷했어요. 어떤 대사를 해도 다 말이 되게끔 하시는 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좋아하는 배우를 만나서 같이 일을 하게 되는 것도 재미난 경험인 것 같아요. (선배님이) 말씀을 많이 하거나 장난을 치는 편은 아니지만, 사실은 다 보면서 마음 써 주시는 게 있더라고요."


극 중 박준경과 은용은 흔한 멜로나 러브라인 없이 조력자 관계를 유지했다. 평소 상대 배우와 남다른 케미를 보여줬던 문채원은 '멜로가 없는 것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어렵진 않더라"며 "오히려 작가님과 사전 미팅할 때 내가 궁금해서 여쭤본 적 있다. 당연히 연인이 될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과거엔 좋아했다거나 그런 게 있을 거 같아 말씀드렸는데, 작가님이 그런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문채원은 이어 "작가님이 '그런 감정선 없이 오로지 사람으로서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면서 곁을 내어준 관계니까, 그런 남녀 관계는 생각 안해도 된다'고 했다"며 "그래서 오히려 깔끔했다. 둘 사이에 약간 뭔가를 애매하게 더 넣었으면 연기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문채원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문채원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화양연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좋은 시기는 화려한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화려했던 걸 생각하면 작품을 많이 하고 사랑을 많이 받았을 때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화양연화는 편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걸 기준으로 잡으면 그런 시기는 이전에 없었다"고 밝혔다. "내 마음이 편했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 과거보단 편안해요. 앞으로가 더 편안한 시기가 왔으면 좋겠어요."


문채원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그는 "고민한다고 어떻게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며 "준비가 많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어떤 시기를 맞딱뜨리는 것과 너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좋은 시기가 오는 것에 따라서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어른들은 '앞을 모르는 거기 때문에 재밌는 거고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생긴다'고 하지 않나. 희망을 걸고 싶다. 편안한 시기는 좀 지나야 올 것 같다"고 전했다.


연기자로서 문채원의 삶은 매 순간이 도전이다. 그는 "연기라는 직업이 뭔가 도전하고 새로운 걸 하는 일이지만, 너무 그러기만 하면 힘들지 않나"라며 "그 안에서 편안해야 도전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니면 그 도전을 하면서도 사람이 휘청일 수 있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도 편함은 꼭 필요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문채원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2007년 SBS 시트콤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문채원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 '찬란한 유산'(2009), '공주의 남자'(2011), '굿닥터'(2013), '악의 꽃'(2020), 영화 '최종병기 활'(2011), '오늘의 연애'(2015), '명당'(2018) 등 그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올해로 연기 17년차를 맞은 그는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끝났다고) 무조건 비우는 게 맞는 건 아닌 것 같다. 집에만 있는 게 건강한 건 아니더라. 뭐 하나가 결핍되면 좋게 유지하던 것도 영향을 받는다. 90~100점을 원하는 게 아니다. 어느 하나가 너무 무너지지 않게 평균 점수를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종영한 '법쩐'도 문채원에겐 새로운 도전이었다. 매 작품 다양한 연기의 변주를 꾀하고 있는 그는 연극에 도전할 생각은 없는지 묻는 기자에게 "정말 큰 도전이 될 것 같다"며 "선배들 연극에 초대받아서 간 적이 있는데, 엄청 에너지가 많아야 하더라. 내가 하게 되면 정말 큰 도전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속 박연진 같은 악녀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면서도 "재밌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런데 저한테 악역 얘기가 안 오더라고요. 보시는 분들도 많이 놀랄 거 같아요. 악역을 아직 못해봤지만, 요즘엔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으니 기회가 온다면 해보고 싶어요."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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