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멈추지 않는 폭주 기관차 구교환이 대체 불가능한 저력을 단 2회만에 완벽히 입증했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극본 박해영·연출 차영훈, 이하 '모자무싸')에서 20년째 데뷔 문턱을 넘지 못한 영화감독 지망생 '황동만'을 연기한 구교환은 공감과 진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완벽히 빼앗았다.
황동만은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제자리걸음인 인물로 켜켜이 쌓여가는 불안을 끊임없는 장광설로 지워낸다. 형편없는 영화를 보고 나면 온갖 사이트를 뒤져가며 신랄하게 '씹어줘야' 직성이 풀리고, 좋은 영화를 만나면 눈물콧물 쏟으며 샘이 나 미쳐버린다. 특히 박경세(오정세) 감독의 영화 시사회 뒤풀이에서 "한 씬도 건질 게 없다"라며 찬물을 끼얹는 그의 행각은 영락없는 '진상'이었다. 축하해줘야 할 자리에서도 분위기를 초지는 황동만에게 박경세가 눈총을 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황동만이 결코 밉지 않은 이유는 구교환의 연기 덕분이다. 그가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는 것은 침묵의 순간 밀려오는 불안을 막아내기 위한 처절한 방어기제이며, 자신의 무가치함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되는대로 내뱉는 말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이자, 한 인간의 처절한 생존 투쟁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무가치했던 하루 끝,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꽂고 억지로 몸을 흔들며 밝은 척하거나, 홀로 뒷산에 올라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제 이름을 목청껏 외치는 것 역시 그 처절한 이유가 느껴지기에 더 먹먹한 장면이었다. 영화감독이라는 꿈이 고픈 황동만의 지독한 '감정적 허기'를 극단적으로 드러낸 장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잡히는 대로 음식을 입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 모습은 내면의 공허함을 어떻게든 채우려는 필사적 몸부림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인생이 왜 니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요?", "빛나는 것들끼리 빛나는 세상 만들어봐라. 하나도 안 빛나"라는 일갈은 배의 쾌감과 공감으로 돌아왔다.
구교환은 자칫 날이 잔뜩 선 듯한 캐릭터의 외면과 그 속에 감춰진 유약한 내면을 특유의 연기로 매끄럽게 연결했다. 인물의 방황을 무거운 자기연민에 가둬두는 대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매 순간 발버둥 치는 생명력으로 치환해낸 것은 온전히 구교환의 필터링을 거친 덕분이었다. 텍스트 너머의 감정까지 포착해내는 섬세한 호흡과 독보적인 완급 조절은 황동만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지독하게 인간적인 캐릭터로 빚어냈다.
'모자무싸'는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40분,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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