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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루상' 박성호 "이거슨 인터뷰가 아니무니다"(인터뷰)

'갸루상' 박성호 "이거슨 인터뷰가 아니무니다"(인터뷰)

발행 :

문완식 기자

KBS 2TV '개그콘서트-멘붕스쿨' 갸루상 박성호 인터뷰

개그맨 박성호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의상협찬=스튜핏>
개그맨 박성호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의상협찬=스튜핏>


"사람이 아니무니다."


20%가 넘는 시청률로 인기를 끌고 있는 KBS 2TV '개그콘서트'에 최근 초강력 캐릭터가 등장했다. 금발머리에 과한 눈 화장, 일본 교복을 입은 '갸루상'이 그 주인공. '멘붕스쿨' 코너에 등장하는 이 캐릭터는 특히 "사람이 아니무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에 이어 "아직 안왔스무니다", "피가 없스무니다" 등 독특한 화법은 무심코 따라하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갸루상'을 만들어낸 이는 1997년 데뷔, 올해로 데뷔 16년차를 맞는 '개그콘서트'의 최고참 박성호(38)다. '다중이' 등 독보적인 캐릭터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갸루상'으로 캐릭터 연기의 정점을 찍고 있다. 그가 말하는 "~가 아니무니다"는 쉬우면서도 분위기를 일순 전환시키는 매력적인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소 허무하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인간에 대한 '철학'이 들어있기도 하다.


지난 9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만난 박성호는 상하의 축구복에 운동화를 신고,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났다. '갸루상'의 모습과는 판이했다. 박성호는 "후배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왔다"고 했다. 개그 무대가 아닌 현실 속 박성호는 늘 진지하다는 게 주변인들의 평가다.

ⓒKBS
ⓒKBS

"자기 이거 해보는 게 어때?"


'갸루상'은 사실 그의 아내 이지영(27)씨가 문득 던진 한마디에서 출발했다. 어느 날 이씨는 박성호에게 "자기, 이거 해보는 게 어때?"라며 일본의 '갸루'들 사진을 보여줬다. 박성호는 사진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분장만으로도 '개콘' 무대에 올리기 손상이 없을 만큼 '완벽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식 특유의 말투는 박성호가 '멘붕스쿨' 이전에 대학로와 지방에서 몇 차례 공연하면서 큰 반응을 얻었던 것이었다. 그는 "분장도 안 하고 말로만 지금의 '갸루상'처럼 했는데 관객들이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아내가 추천한 '갸루' 이미지와 특유의 말투가 만나 '개콘'이 갸루상이 탄생했다.


'당시 황현희가 아이디어를 내 '멘붕스쿨' 코너를 짜고 있었어요. 코너 특성상 교복을 입고 '갸루' 이미지로 등장하면 재밌을 것 같았죠. 황현희와 서수민PD도 '갸루상'을 적극 권유했습니다."


갸루 메이크업에 걸리는 시간은 '10분'


지금의 긴 금발머리가발에 '화사한' 분장은 박성호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완성품'이다.


"갸루도 종류가 참 많더라고요. 너무 우습게 하면 분장에만 시선이 집중될 것 같았어요. 무난한 갸루로 가면서 귀엽게 가자고 생각했죠."


처음에 '갸루상'은 단발머리가발이었지만, KBS에서 상시 이용되는 소품이라 소품실에 반납하고 지금의 금발로 바꿨다. 족히 2시간은 걸릴 것 같은 갸루 화장은 놀랍게도 10분정도면 마무리할 수 있다고 한다.


"갸루 화장은 처음에는 30분 정도 걸렸어요. 지금은 몇 차례 하다 보니 10분이면 가능하죠. 피부톤을 어둡게 하고 이어 펄을 발라요. 아이라인을 그리고 눈썹화장을 하고 하이라이트를 주죠. 그리고 볼터치를 하면 마무리 됩니다. 전속 메이크업아티스트가 해주는데 이제 그 분도 능숙하게 후딱 하더라고요. 하하."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성호도 이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화장이 진하다보니 지워도 잘 지워지지 않아요. 특히 아이라인이 잘 안 지워져요. 그래서 녹화 다음날까지 눈 밑이 검게 그늘이 져 있어요(웃음)."


개그맨 박성호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의상협찬=스튜핏>
개그맨 박성호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의상협찬=스튜핏>

"넌 사람이 아니다"의 역발상, "사람이 아니무니다"


'갸루상'이 독특한 분장만 있고 '철학'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는 없었을 것이다. '~하무니다'같은 일본인의 한국어 발음 역시 이전에도 드라마나 개그 프로에서 많이 나왔기에 별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의 개그와는 달라야 한다는 게 제 개그 철학이에요. 새롭지 않으면 웃음을 줄 수 없거든요. 늘 어떻게 새로운 개그로 웃길까 고민해요. '사람이 아니무니다'는 그런 고민 속에서 나왔죠."


"흔히 다른 사람과 다툴 때 '넌 사람이 아니다'식으로 말하잖아요. 이걸 역으로 생각했죠. 내가 남한테 하던 말을 내 스스로 내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넌 사람이 아니다'를 뒤집어서 '난 사람이 아니다'로, 이걸 '사람이 아니무니다'로 바꾼 거죠."


박성호식 개그의 완성은 '디테일'


'갸루상'은 특유의 화장과 화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캐릭터의 완성은 '디테일'에 있다. 무릎을 꼭 붙이고 의자에 앉는 것이나 무대 뒤로 퇴장할 때 아장아장 걷는 모습은 모두 '박성호식 디테일 개그'의 반영이다.


인터뷰에 함께 한 박성호의 매니저 이준석 이사는 "무대에서 갸루상이 의자에 앉을 때 다소곳이 다리를 모으는 데 이 다리 모으는 각도까지 철저히 계산한다. 갸루상의 동선 역시 치밀하게 계산해서 한다. 허투루 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박성호는 인터뷰 후 사진 촬영에서도 의상에 꽤나 공을 들였다. 포즈 역시 빈틈이 없었다.


박성호는 대학(청주대 서양화과)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그의 개그에는 미술전공자다운 섬세함이 스며있다. 갸루상은 박성호의 섬세함의 정점에서 탄생한 캐릭터인 셈이다.

개그맨 박성호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의상협찬=스튜핏>
개그맨 박성호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의상협찬=스튜핏>

"갸루상 이후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박성호는 "앞으로 갸루상 분장에 더 추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리수는 두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캐릭터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철학'이 깃든 화법도 너무 많이 구사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너무 메시지만 전하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깔깔거리면서 웃다가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개그가 좋다. 늘 생각해야 하는 개그는 피곤하다. 개그는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호에게 "갸루상 다음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을 보여준다. 한 페이지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무수한 메모가 적혀있었다.


"늘 다음을 고민하고 있어요. 좋은 개그나 좋은 캐릭터가 생각나면 바로 메모해요. 갸루상 이후를 생각해야죠."


현재 '개콘'은 27기 신인개그맨들이 '막내'다. 그는 13기로 느긋하게 후배들의 아이디어에 '젓가락'을 얹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는 선후배 개그맨들 합쳐 가장 열심이다.


"많은 후배들이 제 밑에 있죠. 하지만 '개콘'은 경쟁 자체에요. 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죠. 13기인 저나 27기인 막내 개그맨들이나 똑같이 경쟁하고 있어요. '선의의 경쟁'이랄까요. 가장 선배인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후배들이 자극될 거 아니에요. 후배들이 열심히 하면 저도 자극되고. 그러면서 함께 발전하는 것이고, 그게 '개콘'이 발전하는 거죠."

개그맨 박성호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의상협찬=스튜핏>
개그맨 박성호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의상협찬=스튜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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